동물자유연대 : [논평]동물 방치∙학대하던 동물원 폐쇄 후 전시동물 복지 실현을 위해 아직 남은 과제

전시·야생동물

[논평]동물 방치∙학대하던 동물원 폐쇄 후 전시동물 복지 실현을 위해 아직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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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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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비난과 공분 속에서 십 여 년 간 운영을 이어오던 김해 부경동물원과 대구 아이니 테마파크가 완전히 문을 닫게 됐다. 해당 시설에서 지내던 동물들은 강원도 강릉, 대구광역시 등 다른 동물원으로 이동 중이다.

이 두 시설은 우리나라 동물원을 관할하는 법과 행정의 부실을 오롯이 드러내왔다. 본연의 습성을 전혀 충족할 수 없는 좁고 밀폐된 실내 전시실에 야생동물을 감금∙전시하고, 무분별한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해오던 부경동물원과 아이니 테마파크 대표는 경영 악화로 먹이 조차 제대로 급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도 동물 구호를 위한 책임에 나서지 않았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부경동물원 한 곳에서 사망한 국제적 멸종위기종 숫자만 113마리에 달한다. 국가에 사망 신고를 할 의무가 없는 종이나 아이니 테마파크 기록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많은 동물이 죽어나갔을지 상상도 어려운 수준이다.

해당 시설들이 개원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던 동물자유연대는 지금이나마 두 시설이 폐쇄된 것에 안도하는 한편,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 두 곳의 시설이 문을 닫으면 문제는 해결된 것인가. 이제 국내에서 전시동물의 고통은 사라질 것인가.

2023년 12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 전부개정안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 일부개정안이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등록제로 운영하던 동물원 설립 요건을 허가제로 강화했고, 먹이주기, 만지기 등의 동물체험도 금지했다. 기존 반쪽짜리 동물원법에 비하면 단숨에 몇 단계나 진보한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별반 나아지지 않은 전시동물의 고통을 마주한다. 문을 걸어잠근 부경동물원과 아이니 테마파크 안에서 수 백 마리 동물들이 굶주리고 방치되고 죽어가는데도 그들을 구할 방도는 없었다. 동물원 대표는 경영난을 호소하며 시민단체에게 전시동물들의 먹이 지원까지 받으면서도 동물의 소유권은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동물을 생명에 앞서 재산으로 치부하는 법 체계 속에서 동물의 고통은 소리없는 절규가 되어 사회에 닿지 못하고 흩어질 뿐이었다.

이번 사태에서 확인했듯 시설 내 동물이 방치되더라도 그들에 대한 구호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은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야생생물법 제8조의4는 전시시설에서 유기 또는 방치될 우려가 있는 야생동물 관리를 위해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이번처럼 동물원 운영자가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격리보호조치를 할 수 없다. 전시동물 구제를 위한 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위급 상황 시 피학대동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또한 마련해야한다.

이미 개정한 법의 시행 역시 여전히 미흡하다. 당장 금지 사항으로 규정한 동물 체험만 하더라도 교육 목적을 핑계삼아 지속하는 시설이 허다하다. 이를 관리∙감독해야하는 지자체가 동물 체험과 교육 간의 상관 관계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형식적이고 허술한 계획서만 제출하면 체험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의 목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행해야할 지자체가 제 역할에 소홀하니 현장에서 법의 취지가 제대로 발휘될리 만무하다.

법이 바뀐다고 무조건 현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법은 변화의 시작일 뿐, 그 취지에 맞게 적용하고 우리 사회에 올바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든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동물원 동물들의 복지 증진에 공감하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여 한층 개선된 법안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전시동물의 현실은 아직 그대로인 이유다.

부경동물원과 아이니 테마파크가 문을 닫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대도, 법이 여러 번 개정을 거듭하며 계속 진보하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이상 무용지물이다. 정부는 이 두 곳과 같은 시설이 다시는 동물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업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철저히 정비하고 행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물원 설립 요건이 허가제로 강화되면서 시설에서 동물이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상황에 대비하여 동물을 구제하기 위한 피학대동물 격리 방안도 마련해야한다.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방치되고 죽어나가는 사태가 일어나도록 그저 지켜보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동물자유연대는 부경동물원과 아이니 테마파크에서 거처를 옮긴 동물들이 적절한 시설에서 지내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동물원법과 야생생물법이 현장에서 올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