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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패딩? 그 뒤에 감춰진 현실












가슴털이 뽑혀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른 오리나 거위 사진,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신가요. 겨울철 패딩의 보온재, 푹신한 침구나 소파, 그 안을 가득 채우는 다운(오리·거위 깃털)은 사실 고통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이 이제는 널리 알려졌습니다. 열악한 사육 환경과 잔인한 생산 방식에 다운을 거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많은 기업들이 RDS 인증을 내세워 제품의 ‘윤리성’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최근 한 가구 브랜드는 오리털에서 거위털로 소재를 바꾼 소파 광고에 거위를 등장시켜 제품을 쓰다듬고 즐기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광고의 설명글에는 “윤리적 생산 과정을 거쳐 RDS 인증을 받은 거위 깃털만 사용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동물이 자신의 깃털로 만든 소파를 홍보할 만큼 제품이 ‘윤리적으로’ 생산되었다는 이 광고, RDS 인증은 정말 동물의 고통을 멈출 수 있었을까요?

RDS는 문서상으로는 살아 있는 거위·오리를 붙잡고 털을 뜯어내는 방식 ‘라이브 플러킹(live plucking)’을 금지한다고 밝히고, 푸아그라 생산을 위해 강제로 먹이를 입에 밀어 넣는 농장에서 나온 털 사용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그래서 ‘윤리적 패딩’을 상징하는 기준처럼 기업의 마케팅에 사용되곤 하죠. 

마치 동물복지를 높인 제도처럼 보이지만 RDS 인증은 몇몇 학대 행위를 금지할 뿐, 동물이 잘 살 수 있는 사육 환경이나 도축 및 털 채취 과정 전반에서 동물복지를 보장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여러 나라에서 실제 현장의 비윤리적인 현실이 폭로돼 왔죠. 일례로 2022년 PETA Asia 조사에서 RDS 인증 지역에 속한 러시아의 한 농장은 자신들이 RDS 관련 농장인지조차 모르고 있었고, 도축 과정에서 동물을 기절시키지 않은 채 무딘 도끼로 머리를 찍어내는 방식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런 현장의 기록들은 RDS 라벨이 붙은 패딩이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에게 오는지, 그 출발점을 묻게 합니다. RDS 인증 다운이 나오는 현장의 털 채취 방식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식용’으로 키운 오리와 거위를 도축한 뒤 뜨거운 물에 담가 깃털이 잘 빠지게 만들고, 회전하는 기계 속에 넣습니다. 기계 안에서 동물 몸의 털이 뜯겨 나오고, 그 깃털과 솜털을 모아 우리가 입는 패딩 속을 채웁니다.

살아 있는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지 않았으니 이 과정을 ‘윤리적 생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동물을 포박해 털을 뜯어내는 잔혹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그것이 곧 윤리적인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 방법이 어떻든 인간이 입거나 먹기 위해 동물을 사육하고, 결국 그들의 털을 뽑아 사용하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거위가 자신의 입장을 인간의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RDS 인증을 받았다는 그 소파를 광고하는 대신 자신의 깃털로 그 안을 채우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는지 호소했을 것입니다. 다운 제품을 소비하지 않고, 보온이 필요하다면 대체 충전재를 사용한 제품을 선택해주세요. 우리의 선택이 모여 고통 속에 사육되고 죽어가는 동물의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출처: PETA (2023년 11월 29일). “‘Responsible Down’ Label Humane-Washes Cruelty, Says PETA in Competition Bureau Compl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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