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전시 반대

오락을 위한 공간이 아닌
야생동물 터전으로 기능하도록 동물전시시설 목적 전환

코끼리 해방의 시대, 한국 동물원은 거꾸로 간다

지난 1월 1일, 인도네시아 발리 동물원의 코끼리 탑승 영구 중단 선언은 아시아 관광 산업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수 세기동안  코끼리를 주요 오락 도구로 이용해 온 인도네시아에서 올해부터 관광시설에서의 코끼리 탑승 서비스를 공식 금지한 것이 그 배경입니다. 이 결단은 코끼리라는 종을 바라보는 렌즈를 ‘도구’에서 ‘존엄한 생명’으로 교체했음을 의미합니다. 코끼리를 좁은 콘크리트에 가두고 착취하는 야만적 관행은 이제 문명사회에서 퇴출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동물원 코끼리들은 감금 그 자체로 인지적 붕괴를 경험하며 야생 수명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조기 폐사하곤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코끼리는 거울 속 자신을 인지할 줄 알며, 죽은 동료의 사체 주변에 머무르거나 접촉하는 등 복잡한 사회적 반응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자연에서 하루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광범위한 사회 관계망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동물원이라는 공간은 신체적 구속을 넘어선 정신적 고문의 장일 수 있습니다. 

이미 북미와 유럽에서는 코끼리 전시사육을 중단(Phase-out)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대표적으로 2005년 디트로이트 동물원이 코끼리들을 보호구역으로 보냈고, 최근 피닉스 동물원 역시 59세 코끼리 ‘인두’를 끝으로 전시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심지어 미국 오하이 시는 코끼리의 ‘신체적 자유권’을 조례로 명문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세계적 생명 윤리의 진일보와 달리, 한국의 시계는 거꾸로 흐르고 있습니다. 서구 선진국들이 종 특수성을 반영한 사육기준을 마련하고 동물원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판다 수입’이라는 보여주기식 이벤트만 신경쓰고 있습니다. 수십억 원의 대여료를 지불하며 특정 동물을 수입해 전시하는 방식은  동물을 고유한 생명 주체로 대하기 보다는 관람대상인 ‘굿즈’쯤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입니다.


국내 동물원 현장조사 결과, 전시된 코끼리 상당수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의 일종인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 코끼리 1마리당 최소 야외 방사장 면적 기준은 겨우 125㎡(약 38평)에 불과합니다. 영국에서 코끼리 5마리당 최소 기준을 20,000㎡(약 6000평)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화장실 수준의 비좁은 감옥에 생명을 몰아넣는 것으로 모자라 어떤 곳은 해외에서 사양화된 코끼리 공연을 ‘생태교육’으로 둔갑시켜 여전히 운영 중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사례처럼 우리도 정책적 선택에 따라 현행 관행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코끼리 사육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단계적 폐지’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판다 정치’와 같이 동물을 이용한 상징적 이벤트를 하기 보다는, 고통받고 있는 코끼리 등 동물들의 사육환경 개선에 힘써야 합니다. 생명윤리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 이 길에 많은 시민 여러분이 관심과 연대로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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