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전시 반대

오락을 위한 공간이 아닌
야생동물 터전으로 기능하도록 동물전시시설 목적 전환

[논평] 김해시 방사 행사 중 사망한 황새, 생명을 수단화하지 않을 행정의 기본 원칙을 요구한다




지난 10월 15일 김해시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에서 방사 연출에 동원된 황새 한 마리가 행사 직후 폐사했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관계자들이 새장 문을 연 뒤에도 황새가 나오지 못하자 부리를 잡아당겨 강제로 끌어내 방사를 했고, 끄집어낸 황새는 비틀거리다 이내 쓰러졌다. 사육사들이 급히 응급처치를 시행했지만 해당 개체는 결국 사망했다. 


방사 행사에 동원된 황새 세 마리는 그늘막도 없는 햇빛 아래에서 약 1시간 20분 이상 좁은 새장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온은 22도 안팎으로 황새가 새장 안에서 과열과 탈진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 그 자체에 있다. 정부,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조차 동물을 ‘연출용 오브제’ 정도로 취급해 온 사고방식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결과다. 화포천습지과학관은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인 화포천 습지의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기 위해 설립한 시설이다. 그 개관식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보호종인 황새가 퍼포먼스용 도구로 이용되다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생명을 대하는 지자체의 모순적인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공공행사에서 동물을 소품처럼 다뤄 온 역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비둘기가 그 대표 사례다. 우리나라는 1984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비롯해 90여 차례의 행사에서 비둘기 방사 퍼포먼스를 반복해왔다. 88 서울올림픽에서는 성화대에 앉아 있던 비둘기가 점화와 함께 불에 타 죽는 참사까지 발생했다. 그 뒤 행사에 동원됐던 비둘기들은 도심에 정착했고, 골칫거리 취급을 받게 됐다. 최근에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제거 대상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문제는 행사에 동원되는 동물만이 아니다. 생명의 땅으로 알려진 순천만 습지를 보호하겠다며 조성한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오히려 ‘어린이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을 감금‧전시 중이다. 2024년 동물자유연대의 문제 제기로 그나마 체험 프로그램은 중단됐지만, 북극여우와 물범을 비롯한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 40여 종, 200여 개체가 지금도 전시되고 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지자체가 사설동물원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동물을 감금하고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현실이다. 


그 날 목숨을 잃은 황새는 기념식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소품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했어야 할 생명이자 그 땅의 주인으로 자리해야 할 존재였다. 어엿한 삶의 주체를 고작 연출 도구로 전락시킨 이번 사건은 김해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행정 전반에 걸쳐 동물을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이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반증으로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공공기관은 행사에 동물을 동원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선언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흥미를 위해 동물을 감금‧전시하는 행위 또한 중단해야 한다. 생명을 수단화하지 않는다는 가장 기초적인 원칙을 공공의 기본 기준으로 분명히 세워야 할 때다. 


2025년 10월 20일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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