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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Peace Action] 짖지 못하는 개, 미용실습견 ‘피스’의 외침









동물을 사랑하면 할수록 슬픔도 함께 깊어진다. 동물이 처한 부당한 현실 앞에서는 눈물조차 사치처럼 느껴지지만, 도무지 참아낼 수 없는 순간도 많다. 최근에도 그랬다. 지난 몇주 동안 하루도 울지 않고 지나간 날이 없을 만큼 오래 이어진 슬픔은 가여운 개 ‘피스’에게서 비롯했다.


지난 11일 동물자유연대는 세종시에 위치한 애견미용학원에서 실습에 이용되던 개 50여마리를 구조했다. 미용실습견들이 살던 시설은 불법 번식장이었다. 이들은 임신과 출산의 도구이자 미용실습의 교재로 철저하게 이용됐다. 말끔하고 귀엽게 미용된 실습견들이 더럽고 열악한 뜬장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니 반려견으로 사랑받는 존재들과의 잔혹한 간극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사람들의 등장에 개들은 짖거나 손을 내밀며 꺼내 달라는 듯 호소했다. 그중 유독 조용한 개 한마리가 있었다. 햇빛이 들지 않는 비닐하우스, 그 안에서도 가장 구석지고 어두운 뜬장이었다. 짖지도 않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던 개. 가까이 다가가서야 알 수 있었다. 그 개는 짖지 않은 게 아니라 짖을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부러진 턱뼈 탓에 벌어진 입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던, 짖지 못하는 개 ‘피스’였다.


피스는 구조 나흘 만에 죽었다. 평생을 도구로 존재했던 몸은 치료조차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망가져 있었다. 부러진 턱뼈 때문에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면서 영양실조에 시달렸고, 반복된 임신과 출산의 결과로 유선종양도 가지고 있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턱뼈 골절은 폭행을 당하거나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등 강한 충격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로 동물미용학원 실습 과정 중 동물이 미용대에서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수강생들의 증언이 겹쳐 보였다. 만신창이가 된 피스의 작은 몸은 번식장에서 동물미용학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동물에게 자행하는 ‘착취의 기록’이었다.


번식장과 미용실습학원의 유착 관계는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학원은 늘 미용실습용 동물이 필요했고, 번식장은 돈과 노력을 아끼려 동물에게 목욕과 같은 최소한의 위생관리조차 해주지 않는 곳이었다. 게다가 미숙한 가위질로 귀나 혀가 잘리고 피부가 베여도 대신 화내줄 가족 하나 없는 번식장 동물은 실습에 이용하기 더없이 편리한 존재였을 것이다. 잘도 맞아떨어지는 이해관계 속에서 그들의 결속은 오랫동안 공고하게 유지됐다.


이런 부당한 일이 버젓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부실한 제도 때문이다. 동물미용업은 동물보호법상 등록 대상에 해당하는 반면, 동물미용학원은 오직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로만 규율한다. 살아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실습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지 않은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실습에서는 동물의 안전을 보장할 장치를 갖추는 게 더 중요한데도 실습동물은 완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동원 경로나 개체 수 같은 기본적인 현황 파악조차 불가능한 제도 아래 또 다른 수난에 내몰린 동물의 안전과 복지는 위태롭기만 하다.


번식견, 미용실습견…, 호칭은 있지만 이름은 없는 존재. 미용실습견 ‘피스’의 일생은 그저 한마리 개의 불행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번식장과 미용학원에서 이중으로 착취당하는 수많은 ‘피스들’의 현재이며,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의 과제다. 짖지 못한 개 피스의 침묵은 지금, 그 어떤 외침보다도 크게 소리치고 있다. 자신의 죽음을 그저 동정과 애도의 대상으로 흘려보내지 말라고. 동물이 도구로 전락한 사회의 민낯을 직시해야 한다고. 소리 없는 호소에 귀 기울이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응답이자 끝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다.\


** 미용실습견 피해 사례 제보하기 : https://forms.gle/NyvrF3RXAhj6qRDVA


**이 글은 『한겨레』 오피니언 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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