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동물 구호/지원

학대, 유기, 재난 등 위기에 처한
동물의 안전을 지키고 회복 지원

[쓰담쓰담] 아무도 너를 죽일 수 없어 불가사리

지난여름 장마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날, 근무하는 학교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시 보호소에 문의하니 돈을 내야 데려간다는 말에 시설기사님들은 고양이를 플라스틱 통에 넣어 밖에 내놓았습니다. 

고양이를 보니 온몸이 흠뻑 젖은 채 덜덜 떨고 있었고, 무엇보다 양쪽 눈이 너무나 빨갛고 심하게 부어 눈을 거의 뜨지 못했습니다. 뼈가 만져질 정도로 마르고 더러워 어미가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주말 동안 그대로 두면 큰일이 날 것 같아 되는대로 우유 박스에 넣어 근처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눈의 감염이 심각하고 기침과 콧물도 심해 기초 검사 등을 진행하고 치료하고 항생제를 처방 받고 돌아왔습니다. 그대로 밖에 두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고민하다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렇게 태어나 처음으로 고양이를 돌보게 되었습니다. 

구조자가 사는 집은 반려동물 금지였기 때문에 다음 날 부모님댁으로 고양이를 데려갔고, 그날부터 본가에서 출퇴근하며 고양이를 돌보았습니다.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동그래야 하는 눈이 부어올라 역삼각형 모양이 되었고 안구는 아주 작은 부분만 보였습니다. 동물병원에서는 결막염이 허피스 같은 바이러스성일 수도, 클라미디아 같은 세균성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치료 기간이 2달 이상으로 길어질 수 있고 상태가 심해지면 입원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일주일 입원비가 80만원 정도 들 거라고 했습니다. 마침 동물자유연대 쓰담쓰담 사업을 찾아보고 미리 병원에 협조를 구했습니다. 

다행히 본가로 온 후 고양이는 밥을 정말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고, 약도 잘 듣는 것 같아서 희망이 생겼습니다. 눈의 부기가 가라앉고 기침이 덜해지며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700g 정도 되던 몸무게가 일주일만에 900g이 되고, 뼈가 만져지던 몸에 점차 부드럽고 포동한 살이 만졌습니다. 알약을 매일 두세 번씩, 한 번에 두 개씩 먹여야 해서 유튜브를 보며 따라 먹였습니다. 

새끼 고양이라 습식사료만 먹이다가, 몸무게 1kg 넘어가면서 건식사료를 불려서 습식사료와 반씩 섞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창가 구석, 세탁기 뒤에 숨어만 있던 녀석이 점점 방 안에서 사냥놀이도 신나게 하고, 전동 쥐 같은 장난감을 사주니 놀라면서도 잡으려고 쫓아다녔습니다.

고양이 이름은 '불가살'이라 지어주었는데, 아무것도 너를 죽일 수 없으니 얼른 나으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불가살입니다.”를 “불가사리입니다.”로 듣고 귀엽다고 해서 '불가사리'로 바꿨습니다. 

“치료하면서 온라인 고양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입양 포스터를 만들어 동네 동물병원에 붙여놓기도 하고, 주변 선생님들께서 동네 맘 카페에 글도 많이 써주셨지만 입양하겠다는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백방으로 입양처를 찾던 중 저희 학교 영양교사님의 친구댁 아들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온 가족이 저희 집까지 오신 모습을 보고 불가사리를 안심하고 기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쓰담쓰담 사업 덕분에 나중에 또 다른 위기 고양이를 안심하고 구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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