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속 방치된 불법번식장 개 64마리 구조
생산업 허가제 1년, 강아지공장은 그대로
“월월! 월월!”
굳게 닫힌 철문 사이로 어림잡아 60여 마리는 되어 보이는 장모 치와와들이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을 향해 짖고 있었습니다. 개들은 모두 성대 수술을 했는지 쇳소리만 낼 뿐이었습니다. 개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집안의 환경이었습니다. 눌러 붙어버린 배설물, 오줌으로 흥건한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개들을 본 활동가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오랬동안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개들만이 이 집을 지키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월 28일 평택의 한 주택에 개 60여 마리가 끔찍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평택으로 향했습니다. 마당과 집안 모두 배설물 범벅이었고 악취가 골목 어귀부터 진동을 했습니다. 마당에는 죽은 지 얼마 안 된 개 사체 1구와 언제 죽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개 두개골 1구가 발견되었습니다. 총 64마리의 성대수술이 된 장모 치와와들이 있는 그곳은 불법 가정 동물생산업장이었습니다.
육안으로 확인해보아도 개들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옴과 모낭충으로 추정되는 전염성 피부질환에 감염되어 개들은 온몸을 긁고 있었고, 일부는 털이 빠져 살갗이 다 드러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리를 절뚝이거나 안구가 손상된 개, 복수가 차 생명이 위태로워 보이는 개도 있었습니다. 일부는 새끼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되었거나 임신 중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언제 죽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개 두개골]
'신속한 동물학대 대응, 지자체와 경찰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
동물자유연대는 보다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평택시청 동물보호팀과 경찰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세상에 생명을 다투는 일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있었을까요? 곧바로 출동하여 현장을 확인하는 경찰과 달리, 지자체 공무원은 업무 중이라 방문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몇 차례의 전화 끝에 현장을 방문한 공무원에 따르면, 이 집은 악취와 소음으로 작년 여름 민원이 접수되어 방문한 적이 있던 집이라고 했습니다. 작년에도 유사한 수의 개들이 비슷한 환경에 있던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작년 9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적절한 사육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것, 즉 방치 또한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자체는 판단에 의거하여 피학대 동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일 경우, 구조 및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동물학대 사건에 대응해 온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로부터 학대동물의 구조와 보호를 위임받아 조속히 동물을 구조, 보호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에, 불법 가정 동물생산업의 참혹한 현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동물에 대한 조속한 보호 및 구조 조치를 내려줄 것을 지자체에 요청했습니다. 동물생산업의 특성상, 현장에서 즉시 구조하지 않을 경우 개들은 곧 다른 곳으로 보내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자체는 학대로 인한 보호 및 구조 조치에 대해 ‘견주의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학대자에게 고지 후 구조 및 보호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는 농림부와 경기도청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소유물인 동물의 이동에 대한 부담과 ‘절차’의 문제, ‘긴급’이란 단어가 법령에 없다는 이유로 줄곧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학대자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지자체의 입장에 활동가들은 말을 잃었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학대자는 반려목적으로 개들을 키웠으며 충분히 잘 돌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동물자유연대는 학대자가 인터넷을 통해 장모 치와와를 판매한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불법 동물생산업자였습니다.
학대자는 학대도, 불법 번식 및 판매도 모두 인정하지 않는 불통의 인물이었습니다. 지자체는 ‘오늘이 어렵다면 수 일 후에 동물들을 구조하는 것에 동의하면 어떻겠냐’며 학대자를 설득했습니다. 동물의 생명이 달린 사안의 시급함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절차와 책임, 지자체가 떠 안을 수 있는 부담만을 생각하는 모습에 그저 참담한 마음만 들뿐이었습니다.
[방치된 채 싸늘하게 죽음을 맞이한 개]
학대사건은 경찰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합니다. 이번 구조의 경우, 해당지역 경찰의 관심과 도움이 컸습니다. 현장 방문이 어렵다던 지자체에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학대상황임을 알리고, 적극적인 현장파악과 구조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현재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경찰이 동물학대 사건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기에 제약이 있다’며 ‘동물자유연대가 보다 힘써주길 바란다’는 경찰분의 말씀에 활동가들은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지자체와 학대자를 대상으로 기나긴 설득과 싸움 끝에, 현장에 도착한지 7시간 만인 밤 9시 반 경이 되어서야 구조를 시작했습니다. 구조된 64마리의 장모치와와들은 전염성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으로 보내졌고 사체는 자세한 사인 파악을 위해 농림축산검역본부로 보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학대자에 대한 고발을 진행하고 동물들은 치료 후 새 가족을 찾아줄 예정입니다.
동물보호법 개정 후 1년, 끔찍한 강아지 공장의 현실은 바뀌지 않아
불법 동물생산판매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하고 반려동물 생산과 판매 과정 투명해져야
작년 3월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라 동물생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동물생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 동물학대 온상인 불법 동물생산업 즉, 강아지공장의 발생을 막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법의 취지가 무색하게 법 개정 1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동물학대의 참혹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번식을 반복하는 수많은 개들이 있습니다. 생명을 이렇게나 함부로 다루는 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처벌은 고작 500만원의 벌금입니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방치가 학대라는 인식이 낮을뿐더러 실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은 몇 백만원의 벌금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펫숍의 동물들, 인터넷 동물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동물들, 어쩌면 분양받은 여러분의 동물들 중 일부는 이런 동물학대가 만연한 환경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동물생산업 내 동물학대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업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에 따라 정부의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동물의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불법 동물생산업체들의 설 자리를 없애도록 해야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불법동물생산업 내 동물학대를 우리 사회에 고발하고, 투명한 동물생산판매를 위한 정부의 감시와 규제 강화를 촉구해 왔습니다. 생명의 존엄 따위 찾아볼 수 없는 환경에서 평생을 생산의 도구로 고통 받아야 하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2019년에도 동물생산업 내 동물학대를 근절하고 동물을 쉽게 사고 파는 것이 어려워지는 그 날까지 열심히 감시하고 알리겠습니다. 끝으로 피학대 동물에 대한 신속한 보호조치와 학대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자체 민원에도 동참하여 목소리를 높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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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미 2019-02-11 17:24 | 삭제
위의 내용을 읽고 국민 신문고에 가입하여 기관을 평택시로 하여 민원 신청하였습니다.. 정말.. 착한 생명들이 타인으로 인하여 고통받지 않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박성미 2019-02-11 17:47 | 삭제
에고............
또 이런 일이.... 좋은 가정으로 가서 귀염 받고 살아야 되는데.... 정말 안타깝네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