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개식용 종식’, 결국 시민이 희망입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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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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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동 불법 개도살장 철거장면

넘어서야만 했던 벽, 성남시 개도살장

지난 22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인 성남시 태평동 불법 개도살장 6곳 가운데 5곳이 철거됐습니다. ‘개고기 메카’라 불리던 성남시 모란시장과 태평동은 기필코 넘어서야 할 벽이었습니다. 그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2000년대 초 동물보호운동이 본격 태동한 이후 수많은 활동가들이 애써왔습니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성남시 개고기 문제의 역사와 태평동 불법 개도살장 철거 준비과정, 한계, 의미 등을 되짚어 보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개식용 종식’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성남시 불법 개도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해주신 여러 동물보호단체와 개인 활동가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때로는 생명을 위협받으면서까지 행동해주신 여러분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었을 결과였습니다.

1960년대 모란시장 상권이 형성되면서 개고기 도축·판매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성남시와 모란가축상인회가 2016년 ‘모란시장 환경 정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많은 도축 업체들이 자친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서울축산’만이 불법 개도살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개고기․개소주 등 음식점과 건강원은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와 함께 성남시는 2014년 불법 개도살이 자행됐던 태평동 일대를 ‘밀리언 근린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업주들은 반발했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6월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성남시에서 유통·판매되는 개고기 문제는 오랫동안 언론에 다뤄져왔습니다. 1990년 매일경제는 실신상태인 개에 물을 삽입하는 행위의 잔인성을 보도했습니다. 1998년 한겨레는 광견병 백신실험에 사용되거나 폐렴·장염으로 폐사한 개 5600여 마리가 보신탕·개소주집에 유통된 사실을 폭로하며, 성남시 개고기 위생 문제를 전국에 알렸습니다.

2004년 모란시장 앞에서 열린 집회 모습


2004년 모란시장에서 도살되기 위해 철장에 갇혀 있는 개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국가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모란시장 단속이 진행됐습니다. 그 뒤 2004년에는 모란시장 앞에서 처음으로 ‘개식용 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집회를 공동 주최했던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2004년 다른 동물보호단체와 힘을 모아 집회를 열기 시작했어요. 당시는 개들을 죽이는 것을 길가에서도 볼 수 있던 때였어요. 개 먹이로 동물 내장을 줬구요. 품종견이라 불리는 아이들만 따로 잡아 파는 곳도 있었고, 5일장이 설 때 안 팔린 개들은 개도살장으로 끌려가기도 했어요.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무엇이라도 해야 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었어요. 상인들에게도 개식용이 불법임을 알릴 필요가 있었구요. 힘든 때도 많았어요. 개 토막용 도끼를 든 상인에게 쫓기기도 했어요.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전국에서 가장 큰 개고기 시장인 성남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어떤 진전도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어요.

동물자유연대는 2010년까지 모란시장 일대 조사를 지속했어요. 사회적으로 저희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농장동물이나, 돌고래 문제 등에도 힘을 보태야 했어요. 성남시에 쏟을 힘이 분산됐죠. 그 빈자리는 다른 동물보호단체와 개인 활동가분들이 채워주셨어요.

지금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성남시 개고기 문제를 지금까지 이끌어 올 수 없었을 거에요. 이번 태평동 개도살장 철거는 ‘개식용 종식’을 염원해온 시민들이 이루어낸 성과라고 생각해요.

불법 개도살장 철거의 첫 민․관 협업

2014년 이후 태평동 행정대집행은 신속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코리아)은 성남시에 행정대집행을 단행하도록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경기도 차원에서 특별사법경찰관을 파견할 것과 개들을 긴급 격리할 것 등을 요구했습니다.

일정이 잡히고, 성남시는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방치돼있을 개들을 격리해 구조·보호할 권한을 저희에게 위임했습니다. 애초 행정대집행은 20일에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저희는 구조하게 될 개들을 임시 보호할 장소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향후 보호방법과 해외입양 추진을 수립했습니다.

행정대집행 직전 성남시는 22일로 연기하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도살업자들의 저항을 대비할 인력을 그때야 충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일방적인 통보에 항의하며, 긴급 격리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성남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편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조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전해주고 계십니다. 어떤 심정에서 나온 말씀들인지 충분히 이해하며, 저희가 미흡하다고 느끼셨던 부분에 대해선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만, 불법 개도살장 철거에 동물보호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한 첫 사례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불법 개농장․개도살장을 철거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업자들이 개들을 볼모로 삼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태평동 불법 개도살장 철거는 더 이상 업자들의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선례로 남을 것입니다. 업자들이 볼모로 삼은 개들은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할 준비를 함으로써, 지자체로 하여금 합당한 행정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저희는 이번 행정대집행 과정을 꼼꼼히 돌아보겠습니다. 부족했던 점은 반성하고, 의의는 보전해 우리나라 불법 개농장․개도살장 철거에 적극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참한 현장, 핏물이 슬펐다

안타깝게도 태평동 불법 개도살장에 개는 없었습니다. 허탈함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 현장을 시민들께 알리고,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남긴 기록은 누군가에게 기억될 것이고, 그 기억들이 모여 ‘개식용 종식’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태평동 불법 개도살장에서 방치된, 불에 그슬린 채 죽어 있는 개들

개들이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닭 머리

개들의 피와 털이 늘러붙어 있는 가마솥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코리아) 소속 활동가 40여 명은 텅 비어있는 불법 개도살장을 살폈습니다. 현장을 둘러본 동물자유연대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현장은 비참했어요. 단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어요. 뜬 장 안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닭 머리가 남아 있었어요. 털 뽑는 기계에는 때와 피와 털이 뒤엉켜 있었고, 개들의 머리와 다리와 심장을 도려냈을 칼은 땅에 버려져 있었어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여기서 죽어갔을까. 나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겠지. 그 고통을 견디며 죽었겠구나. 그런 생각들만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걷다 보니 핏물이 고여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한동안 멍하니 핏물을 바라봤어요. 슬프더라고요. 그 순간 제가 느꼈던 감정은 단 하나였어요. 슬펐어요. 이곳이, 현실이.

개도살장에서 무참히 생을 달리 했을 개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하지만 동물단체로서 감정에만 매몰돼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무자비함만이 칼날에 서려 있는 개농장을, 개도살장을 단 한 군데라도 더 없애야 한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것이 저희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개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임을 되새겼습니다.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저희의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불법 개농장과 개도살장을 없애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법과 제도가 개식용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업자들에게 각인시킬 것입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현재 모란시장에는 불법 개도살장 ‘서울축산’이 버젓이 개도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축산은 원래 23일 행정대집행이 예정돼있었습니다. 그러나 22일 오후, 서울축산은 행정대집행 대상이었던 옥외 계류시설을 자진 철거했습니다. 행정대집행은 취소됐고, 그들은 건물 안으로 숨어들어가 불법 개도살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24일 서울축산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축산과 이를 방관하는 성남시를 규탄했습니다. 성남시 개고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에 이른 일련의 과정들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불법 개도살을 묵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회원 및 시민 여러분, 때로는 저희를 질타하시더라도 관심을 놓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개식용 종식’을 위해선 여러분의 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동물단체와 시민 분들이 힘을 합칠 때라야만, 이 왜곡된 현실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