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사육곰 산업을 종식시키기 위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정부가 앞장서서 웅담 채취를 이유로 곰을 철창 안에 가둔지 40여년 만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의 발의를 적극 환영하며 국회에 조속한 통구를 촉구하는 바이다.
정부와 사육곰 농가, 시민사회는 오랜 논의 끝에 2022년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해 2026년까지 곰 사육을 종식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발의된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은 1년이 넘도록 넘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즉, 국회의 무관심 때문에 정부와 국민이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300여 마리 사육곰들은 철창에 갇혀 고통스러운 나날을 감내하고 있다.
2005년 제정된 「야생동식물보호법」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재수출을 하기 위하여 수입 또는 반입하여 인공사육중인 곰을 가공품의 재료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 ‘용도변경’, 즉, 도살을 허용해왔다. 이미 웅담채취산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현실의 부조리를 타개하지 못하고, 현실에 법을 끼워 맞춘 꼴이 지속되어 왔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2023년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현행 야생생물법은 ‘재수출을 하기 위하여 수입 또는 반입하여 인공사육 중인 곰’은 처리기준인 10년 이상이 되면 도살하여 웅담 채취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웅담을 ‘가공품의 재료‘로 규정하여 그 유통과 섭취도 합법적 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웅담 채취를 위해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의 도살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의된 야생생물법 개정안은 곰 사육 및 웅담 채취를 완전히 종식하고 남아있는 곰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육곰의 소유·사육·증식과 그 부속물의 양도·양수·운반·보관·섭취를 금지하고, 국가가 곰 보호시설을 설치·운영하거나 이를 지원할 수 있으며, 곰 사육을 포기한 사육농가의 업종 변경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수차례 발의만 되고 국회의 무관심 속에 묻혀버린 곰 사육 금지 특별법 제정 실패의 기억을 떠올리면, 이번에도 또 다시 곰들의 비극적 삶이 방치되는 결과가 나올까 걱정이 앞선다. 21대 국회의 회기가 불과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불안하다. 40여 년 간 이어온 잔인한 역사의 마지막을 눈앞에 둔 지금, 국회는 이번 임기 내에 반드시 사육곰 산업을 끝내기 위한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3년 6월 20일
국회의원 이학영,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녹색연합, 동물권단체 하이,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동물권행동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변호사들,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동물권소위원회, 한국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