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동물생산판매] 고양시 불법 번식장 사건 ② 열악한 사육 환경과 동물보호법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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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생산판매] 고양시 불법 번식장 사건 ② 열악한 사육 환경과 동물보호법의 한계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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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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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이 가득한 사육 환경, 오랜 뜬장 생활로 인해 염증과 상처로 얼룩진 몸,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만큼 엉켜버린 털과 언제 세척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변색되고 얼룩진 물 그릇. 생명이 살아 숨 쉴거라 추측하기 조차 어려웠던 이곳에서, 80여 마리의 개들이 살려달라는 듯 맹렬히 짖고 있었습니다. 

지난 5월 1일, 동물자유연대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고양시 불법 번식장의 환경입니다.


최악의 사육 환경, 그러나 동물학대는 아니다?

동물자유연대가 목격한 고양시 불법 번식장의 환경은 열악함 그 자체였습니다. 생명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존재하지 않는, 이 참혹한 환경에 놓인 개들을 보며 활동가 모두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 처참한 환경에서 언제부터 번식의 도구로 이용당했는지 알 수 없는 수많은 개들의 불어난 젖과 눈도 뜨지 못한 새끼강아지가 오물 가득한 판자에서 몸을 꾸물거리는 상황을 보고 들으며 당장 이 생명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즉시 경찰과 관할 지자체에 연락해 동물학대 상황을 알리고 출동을 요청했습니다.

동물보호법에서는 지자체에게 '소유자로부터 학대를 받아 적정하게 치료 및 보호 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동물'을 격리해야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고양시 공무원은 선뜻 격리조치를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법에서 명시하는 '적정'의 기준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동물학대는 학대 행위로 인해 동물의 신체에 상해가 발생하거나 동물이 죽음에 이르렀다는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의로 음식물을 급여하지 않거나 질병에 대해 방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동물에게 직접적인 상해를 유발한 것이 아니라면,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동물을 사육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동물학대로 판단, 격리조치를 발동하는 것에 제한이 따르는 것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제대로 관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새끼 강아지들


동물을 보호하지 못하는 동물보호법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고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법 제7조에 적정한 사육·관리에 대한 조항을 별도로 마련하여, 동물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생명으로서의 기본권을 보장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동물이 죽음이나 상해에 이르지 않는다면 동물학대로 간주하지 않아, 동물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동물의 보호를 위해 마련된 동물보호법이 실질적인 동물보호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열악한 사육 환경에도 불구하고 동물학대로 볼 수 없는 사례로 뜬장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뜬장은 오롯이 사람의 편리를 위해 이용되는 사육장으로서, 주로 번식장이나 개농장 등 동물의 다수 사육을 위해 쓰여집니다. 배설물 처리를 쉽게 하고자 철조망로 만들어진 뜬장은 동물의 발바닥을 갈라지게 하며 각종 염증과 관절통에 시달리게 만듭니다. 뜬장 속 동물들은 비바람이나 뙤약볕 같은 각종 날씨 변화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제대로 앉거나 누울 수 없어 평생을 고통 받으며 살아갑니다. 실제로 고양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한 개들도 뜬장으로 인한 심한 상처와 쇠독으로 인해 수시로 발과 배를 소독하고 약을 발라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동물보호법상 뜬장 사육 자체를 동물학대로 판단하기엔 어렵습니다. 뜬장 사육을 한 모든 동물이 사육의 결과 상해를 입는다고 볼 수 없으며,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사육·관리 의무는 반려 목적의 동물을 경우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반려 목적이 아닌 동물이라면 뜬장 사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뜬장 뿐 아니라 짧은 목줄, 비위생적인 환경 등 열악한 사육 환경으로 인해 동물이 불필요한 고통에 노출된다하여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우리들이 겪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오물이 가득한 사육 환경과 녹조가 가득한 물


먼지와 오물이 가득 쌓인 뜬장


부적절한 사육과 동물의 고통, 법(法)만이 막을 수 있다

현행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정의하고 있어 동물의 사육 환경에 대한 관리 또한 타인이 함부로 관여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없습니다. 소유물에 대한 관리는 1차적으로 소유권을 가진 소유권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사육 환경에 놓인 동물을 마주할지라도 지자체에 연락하여 '사육환경 계도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의 최선입니다. 

동물의 적정한 사육환경을 위해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 '운동 및 수면 보장'과 같은 내용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노력해야한다'는 권고사항일 뿐 의무 사항이 아니기에 어긴다고 하여 어떠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처벌 조항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육 환경의 법적기준으로 인해 무책임한 소유권자들은 아무 두려움 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동물을 열악한 상황에 방치하고, 반성조차 없는 뻔뻔한 태도를 보입니다.

따라서 동물의 적절한 사육 환경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히 명시하고, 이를 어기는 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법적 명시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 동물을 방치한 무책임한 소유권자을 엄벌에 처하고, 동물에 대한 소유권이 동물을 고통받게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 사회에 명백히 알려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