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한 유튜버가 반려견을 복제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안을 접한 동물자유연대는 동물복제의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복제업체로 지목된 업체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또한 한국동물복지연구소와 함께 해당 업체가 발표한 입장문을 포함, 동물 복제의 문제점 등 이번 사안 전반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최근 반려견 복제 사안과 관련한 의문
해당 유튜브에 1월 5일 게시한 영상에서는 ‘체세포 핵이식 기술의 발전으로 난자 공여견 한 마리, 대리모견 한 마리, 총 두 마리만 있으면 가능하다”라고 밝혔으나, 이를 증명할 연구 결과나 논문 등 객관적인 자료는 전혀 공개하지 않아 복제 과정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후 1월 23일, 반려견 복제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업체가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2,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업체가 어떻게 동물복제를 진행했는지, 그 과정에서 해당 업체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 조차 없습니다.
해당 업체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로,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자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면서 앞으로 펫로스 증후군 치료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등기전부증명서 상 해당 기업의 설립 목적으로 기재된 39가지 업종 모두 펫로스 증후군 치료와는 거리가 멉니다. 상조업부터 동물용 사료 조제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39가지 업종 중 인간의 심리적 상처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일로 보이는 업종은 찾을 수 없습니다.
동물 복제에 따른 우려
한국동물복지연구소가 ‘2018년 봉사동물(사역견) 복제 논문’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배아 이식 성공률이 1.7~3.8%로 나타납니다. 즉 난자 공여견으로부터 추출한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복제를 원하는 반려견의 체세포를 삽입해 수정란을 만드는 데 성공할 확률이 1.7%에서 3.8%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또한 임신 성공률 역시 12.5%~28.6%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만약 해당 유튜브에서 발표한 것처럼 총 두 마리 개를 이용해 복제가 진행됐다면 한 마리에게서는 계속 난자를 뽑아내고, 다른 한 마리는 임신을 성공할 때까지 실험을 반복했다는 뜻입니다.
동물 복제를 위해 개들은 인위적인 호르몬 조작을 통해 배란을 유도당하고 난자 채취, 임신 등의 과정을 반복합니다. 동물 복제 과정에서는 동물학대 요소가 수반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복제에 동원된 개가 두 마리에 불과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반려견을 복제 하기 위해 이용당한 동물이 몇 마리인지는 이번 사안에서 중요한 핵심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복제에 성공하더라도 그 결과로서 탄생한 동물에게 역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과정에서 ▶거대설증 ▶근육과다근위축증 ▶거대태아증후군 ▶주산기 사망 ▶호흡곤란 ▶유·사산 증가 등의 건강상 문제가 보고되며, 이는 동물의 생명에 밀접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동물 복제는 펫로스 증후군의 해결책이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업체는 과거 자사 홈페이지에 ‘복제로 인해 건강 상 문제가 있는 동물이 고객에게 납품되었을 때 회수하여 재복제를 해드리겠다’라는 내용을 게시해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생명을 마치 물건처럼 ‘납품’하고 ‘회수’하겠다는 표현에서 펫로스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배려나 진심은 단 한 조각도 느낄 수 없습니다.
해당 업체의 부적절한 행태를 떠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동물 복제가 펫로스 증후군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반려동물을 떠나 보낸 뒤 상실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까닭은 그들과 함께 나눈 시간과 경험이 내 안에 가득 쌓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그 소중한 시간들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되려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함께 쌓아올린 추억이 있기에 거기 기대어 슬픔을 극복할 힘을 얻습니다.
복제를 통해 탄생한 동물은 우리가 이전에 사랑했던 그 반려동물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입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소소한 일상도, 소중한 나날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복제를 한다 해도 내가 사랑했던 그 반려동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생명도 누군가의 대체용으로 만들어지거나 존재해서는 안됩니다. 더욱이 그 과정이 또 다른 동물을 희생시키는 방식이라면, 그 동기가 무엇이든 결코 용인될 수 없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상업적 동물 복제를 적절하게 규제할 법안이 부재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법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 상업적 동물 복제에 아무런 문제나 잘못도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러한 사각지대 속에서 펫로스로 인한 고통을 악용하여 새로운 산업이 동물을 착취하고 희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법과 제도 마련 등을 통해 상업적 동물 복제를 규제하고 올바른 반려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