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부산아쿠아리움 상괭이 병원에는 아픈 상괭이가 없다

전시·야생동물

부산아쿠아리움 상괭이 병원에는 아픈 상괭이가 없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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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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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괭이(Neophocaena asiaeorientalis)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희귀한 돌고래입니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1급,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IUCN RED LIST) 취약(VU)등급의 멸종위기종이기도 합니다. 소형고래지만 등지느러미가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서해와 남해 얕은 바다와 강 하구 등지에서 자주 발견되어 조선시대 정약전이 집필한 ‘자산어보’에도 나올 만큼 우리와 친숙한 토종고래입니다.
 
지난 7월 9일 부산씨라이프아쿠아리움(이하 부산아쿠아리움)은 세계 최초로 ‘상괭이 병원’을 운영하여 연근해 정치망에 혼획되는 상괭이의 구조와 치료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재 부산아쿠아리움이 진행하는 상괭이 구조 치료 프로그램은 상괭이의 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업적 포획이 불가능한 상괭이를 편법적으로 포획, 전시하여 돈벌이를 하려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멸종위기 소형고래 상괭이>
 

<사진, 부산씨라이프아쿠아리움의 상괭이 병원 전시관>
 
전치 82주짜리 탈진?
 
부산아쿠아리움은 지금까지 총 5마리의 상괭이를 구조 및 치료 명목으로 수족관에 반입하여 전시해 왔습니다. 2011년 12월 통영 앞바다에서 포획해 580일 동안 경품 이벤트 행사 등에 동원하다가 다시 방류한 ‘누리’와 ‘마루’, 2013년 2월 거제도에서 포획해 지금까지 계속 상업적으로 전시하고 있는 ‘바다’와 ‘동백’, 그리고 최근 반입한 이름 미상의 상괭이 한 마리가 그것입니다.
 
부산아쿠아리움측은 이들 상괭이들이 정치망에 들어와 그물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주둥이가 쓸리는 등 여러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장기간 치료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자유연대가 국제포경위원회 과학분과위원회 해양포유류 전문 수의사 피에르 갈레고 박사, 25년간 호주의 남방큰돌고래를 연구한 WDC(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의 마이클 보슬리 박사 등 여러 해외 돌고래 전문가들에게 질의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표, 구조 상괭이에 대한 부산아쿠아리움과 해외 전문가의 소견 비교>
 
포획 당시 사진과 부산 아쿠아리움의 진단을 검토한 후 해양포유류 전문 수의사 피에르 갈레고 박사는 ''탈진''이라는 이유로 포획된 누리, 마루에 대해서는 ''전혀 포획과 치료의 필요가 없었다''는 소견을, 주둥이 상처를 이유로 포획된 바다, 동백에 대해서는 ''바다는 즉각 방류되었을 수 있으며, 치료를 한다해도 최장 1-2달, 동백의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했지만 약 6개월의 치료로 완쾌되었을 것''이라는 소견을 보내왔습니다.
 
이렇듯 상괭이에게 전혀 문제가 없거나, 매우 짧은 기간의 치료만이 요구되는데도 부산아쿠아리움이 상괭이들을 계속 포획하고 억류한 이유는 상괭이의 상업적 홍보 효과가 높기 때문입니다. 웃는 듯한 귀여운 얼굴 표정을 가지고 빠르게 유영하는 상괭이는 부산아쿠아리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전시 생물이며, 아쿠아리움의 홍보물, 전단지, 경품 이벤트, SNS계정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또한 부산아쿠아리움은 스스로를 ''상괭이 구조 치료기관''이라고 지칭하면서 마치 상괭이 구조에 대한 전문적인 인증을 받은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가 필요없는 상괭이의 탈진 회복에 82주가 걸리고, 상괭이 몸에 붙은 따개비와 기생충도 구분 못하는 수준의 전문성으로 상괭이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해외의 해양포유류 구조 기준
 
우리나라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해양동물구조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된 시설이 조난,부상당한 동물을 구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동물만을 구조해야 하며, 치료가 끝난 동물은 즉각 방류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부산 아쿠아리움, 한화 아쿠아플라넷 등 많은 수족관들은 이러한 법의 허점을 이용해 전시에 사용하는 동물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국무부의 현대적 동물원의 기준에 대한 규정 중 영국 고래목 동물 사육에 관한 추가 기준(The Secretary of State’s Standards of modern Zoo Practice: Additional Standards for UK Cetacean Keeping)에 따르면 좌초된 동물의 치료는 경험 있는 수의사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며 치료행위는 30일 이상 지속할 수 없고, 구조된 동물들은 치료기간 동안 일반 대중에게 전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연방규정(50 CFR 216.27)은 회복을 위해 수용된 해양 포유류는 포획하거나 구조한 후 상주 수의사에 의하여 1)구조 동물의 방류가 야생 개체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2)방류가 해당 동물의 신체적 상황 때문에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3) 해당 동물의 성공적인 방류에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6개월 이내에 다시 방류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수생 포유류가 우연히 어망에 잡히거나, 좌초되거나, 기름에 오염되거나, 돌봄이 필요한 기타 상황에서 발견되는 동물은 현장에서 돌보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회복을 도울 기관으로 옮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조된 동물이 건강을 회복하여 스스로 먹이를 먹을 때에는 즉시 방류 계획에 따라 자연 상태로 돌려보내야 하며, 치료기간의 연장은 수의사의 보고서를 통해 정당화 되어야 합니다. 또한 부상당한 동물들은 사람, 소음, 과도한 열 등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며 국내가 원산지인 모든 수생 포유류들은 회복 후 다시 자연에 돌려보낼 목적으로만 임시 포획 상태에 둘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해변에 올라온 야생 해양포유류는 회복을 목적으로 할 때에만 해양수족관에서 돌볼 수 있게 하고 있으며 구조한 수족관은 회복 중인 동물을 격리시켜야 합니다. 동물이 해양수족관에 머물다가 60일 이내에 방류되는 경우에는 72시간 내에 담당 기관에 통보해야 하고, 60일 이상 해양수족관에 머물 경우 담당기관은 방류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해양수족관이 시설 내에 60일 이상 동물을 두려면 담당 기관에서 발행한 확인서가 있어야 합니다.
 
 
구조동물의 상업적 이용을 방지할 법률 필요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는 상괭이를 치료를 빌미로 장기간 포획 전시하는 것은 상괭이에게 병원이 아니라 감옥과 다름 없습니다. 넓은 행동반경을 가지고 바다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먹이활동을 해야 하는 상괭이에게 유리로 막힌 수족관은 아무리 넓어도 사람에게 침대 정도의 공간밖에 되지 않습니다. 비교적 인공적인 환경을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진 큰돌고래조차 수족관에 반입되는 즉시 40년에 달하는 평균 수명이 20년 이하로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해양동물구조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되면 심지어 정부에서 구조에 대한 지원금까지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법을 악용해 상업적 국제거래가 금지된 야생동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편법적 노력이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위급한 상태의 동물을 구조해 해양생태계를 보존하고, 야생 개체수를 유지하고자 하는 현행법이 제 구실을 하려면 구조 시 치료가 필요한지의 여부를 아쿠아리움과 상업적 관계가 없는 전문 수의사에 의해 판단해야 하고, 구조 시 치료 기간을 포함한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져야 하며, 치료 후 즉시 방류하게 하는 제도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또한, 수의사에 의해 건강상의 이유로 방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개체에 대해서는 안락사, 용도변경 등에 있어 반드시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돈에 눈이 먼 전시시설이 해양생태계를 보존하고자 제정된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국민과 정부를 기만하며 전시 동물을 확보하는 행태는 하루빨리 바로잡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