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유기동물의 인도적 보호와 관리에 대한 대책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 중인 전국 22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연사 및 관리 현황결과를 발표하는 매우 의미있는 자리였는데요 :) 토론회를 통해 정부, 지자체, 법조계, 동물보호단체 및 시민 봉사자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안락사의 자리를 대신 메우고 있는 ‘고통사’ 방지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검사, 치료, 예방의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첫 발제자인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전국 지자체 222곳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수용 위주의 보호소 운영과 미비한 규정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현재 동물보호법 제14조에서는 유실ㆍ유기동물에 대한 '구조'는 강제하고 있지만, 보호소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담긴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에서는 보호 동물의 관리방법에 대해서 예산과 지자체 사정에 맞추어 판단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항들로 인해 지자체별 유기동물의 보호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고 있는데요. 조희경 대표는 보호소 환경 개선을 위하여 유기동물이 생명체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되, 이는 제도로써 보장되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지자체별 유기동물 관리 수준에 차이가 심한 현 상황에서는 보호 동물을 대상으로 최소한 고통을 줄이거나 고통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부터 고민하여 검사, 치료, 예방의 기준을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외국 사례를 통해 본 유기동물 보호의 개선방안
이어 발제자로 참석한 이혜원 잘키움동물복지행동연구소 대표는 독일 뮌헨의 티어하임과 영국 런던의 메이휴 등 해외 보호소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유기동물 보호 개선 방안에 대하여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세분화되어 진행되는 반려동물 사회화 교육부터 보호동물에 대한 단독방 및 그룹방 제공까지, 이혜원 대표의 발제를 통해 해외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는 입소 동물을 대상으로 얼마나 세심한 보호와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유기동물 보호 개선을 위해서는 건강관리 뿐만 아니라 사회화, 환경 풍부화 등 다방면으로의 관리 수준 향상과 개체별 관리 기록의 활성화 등 보호 동물의 정보 기록화가 고려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보호소 내 유기동물 고통사 문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토론자로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의 이승환 사무관은 유실ㆍ유기의 방지 뿐만 아니라 구조 및 보호 여건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의 강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유기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설동물보호시설 신고제 도입을 검토하고, 지자체 시설 및 인력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음 토론자로 나선 조윤주 서정대학교 애완동물과 교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모든 유기동물을 제한없이 입소시켜야 하는 지자체 보호소에서 인도적 처리의 기피가 보호소 내 고통사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적 처리는 사실상 수의사에게 스트레스이며 연민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기 때문에 인도적 처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함을 언급하며, 인도적 처리를 행하는 당사자의 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경하 봉사하는 우리들 대표는 보호소 내 자연사율을 언급하며 지자체 보호소는 ‘보호’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기동물 고통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호소에 입소하는 숫자는 줄이고, 입양률이 높이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고, 안락사 및 자연사를 포함한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두 번째 과제라는 개선 방향을 제시했는데요. 동물보호단체의 참여 유도와 국내입양이 어려운 개체에 대한 해외 입양진행 지원 등 다양한 경로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마지막 토론자인 송시현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번호사는 동물보호법과 동법 행정규칙으로 고시된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에 대해 공유하며 보호 동물에 대한 치료 미제공의 법적 문제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운영 지침 상 건강검진이나 치료, 예방접종 등 대다수 관리 항목들이 전적으로 담당 수의사나 보호소의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에 실제로 유기동물에 대해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동물보호법 제14조 자체에 보호 동물의 상해, 질병에 대한 신속한 치료, 전염병 예방 조치 등 필요한 보호조치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법 등 동물보호법 취지에 맞는 보호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토론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유기동물에 대한 지자체 보호소의 보호ㆍ관리 실태는 어떠한지,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보호소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지원과 법령 개정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의지, 유기동물에 대한 시민들의 바른 인식과 끊임없는 관심 또한 필요합니다.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유기동물의 고통사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 유기동물의 고통이 경감되고 최소한의 존엄이 보장되는 날이 곧 오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