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자유를 찾아 떠났던 탈출곰 빠삐용의 사체가 의료 폐기물 업체에서 소각되었습니다. 같은 날 빠삐용이 살던 용인 사육곰 농장의 농장주는 작년 10월부터 이어졌던 교도소 생활에서 벗어났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한강유역환경청을 통해 빠삐용을 화장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마지막 가는 길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현장에 입회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예상과 달리 빠삐용을 화장 업체가 아닌 의료 폐기물 업체에서 소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골이라도 수습할 수 있겠냐고 묻자 다른 폐기물들과 함께 소각하기 때문에 빠삐용의 유골만 따로 분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유골만이라도 따로 수습해 수목장을 해주고 싶었으나 빠삐용에게는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사육장 안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삶을 버텨왔던 곰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쓰레기 취급을 당하며 이 끔찍한 세상에서 벗어났습니다. 지난 11월 사육장을 벗어나 5개월 간 홀로 야생에서 적응하며 자유를 누린 빠삐용의 마지막이 더더욱 가슴 쓰린 이유입니다.
직접 마주한 빠삐용의 사체는 생각한 것 보다도 훨씬 작았습니다. 마대자루에 담아 박스와 테이프로 대충 감싸맨, 그야말로 폐기물 취급을 받는 빠삐용의 사체를 보니 설움이 복받쳤습니다. 지퍼가 달린 마대자루에 들어갈 만큼 작은 몸집, 자루 곳곳에 묻은 핏자국, 종이박스를 앞뒤로 덧대 테이프로 대강 묶어둔 마무리. 무엇보다 한 생명이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라고는 짐작도 어려울 만큼 폐기물과 똑같이 지게차에 실어 소각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절로 분노가 솟아올랐습니다.
빠삐용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동물자유연대는 80kg 가량의 반달가슴곰 화장이 가능하다는 업체를 찾았고, 환경청에 사체를 단체에 인계해 달라는 요구를 여러번 했습니다. 그럼에도 화장업체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폐기물 업체에서의 소각을 선택한 한강유역환경청의 결정에 유감을 표합니다. 어린 곰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예의를 갖춰 보내주고 싶었던 바람은 그렇게도 과한 욕심이었을까요.
한편 빠삐용이 의료 폐기물들과 뒤섞여 불태워진 날, 수십년간 사육곰을 끔찍한 환경에 데려다놓고 잔인하게 죽여 웅담은 물론 뼈와 살을 취해온 농장주는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거짓 탈출 신고와 여러 번의 사육곰 불법 도살 및 취식으로 작년 10월 구속되었던 농장주는 고작 6개월 만에 출소했습니다.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나 2심에서도 얼마나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사육곰 불법 도살, 불법 취식, 탈출 사고 등을 일으킨 용인 곰농장에 대해 담당기관인 한강유역환경청은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습니다. 수 차례에 걸친 동물자유연대의 적발과 고발, 징역형 구형이 이어지며 공무집행 방해에 이르러 가까스로 구속되었던 농장주는 출소했고 조만간 곰들은 다시 그의 손에 들어갈 것입니다. 더 이상 이 같은 불법과 악행의 굴레가 반복되지 않도록 한강유역환경청은 담당기관으로서의 의무를 보다 똑똑히 되새기고 책임을 다해야합니다.
빠삐용이 탈출 후 자연에서 느꼈을 좋은 기억만 간직한 채 떠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한 빠삐용의 안타까운 죽음이 농장주 소유의 90여마리 사육곰 구조에 불씨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사육곰이 더 이상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거나 열악한 농장에서 불안한 삶을 이어가지 않도록 남은 사육곰 구조 방안을 찾아 보겠습니다. 결코 수월하지 않을 여정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