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개봉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ume 3’(이하 가오갤3)가 국내에서 4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독특한 주제, 풍부한 볼거리 등과 더불어 동물 권리에 대한 심도깊은 시각 또한 영화의 성공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국제동물단체 PETA는 해당 작품이 “모든 동물은 실험실에 갇히는 것 보다 탁 트인 하늘 아래에서 자유로운 삶을 누릴 자격이 있음을 상기시켰다”며, 특별상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동물을 단순히 연출 도구로서가 아닌,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진지하게 다룬 가오갤3가 우리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시사점이 있습니다. 바로 동물을 향한 미디어의 접근 방식입니다.
가오갤3는 실험동물의 참혹한 현실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 동시에, 영화 촬영 과정에서 역시 CG를 이용해 동물이 불필요하게 착취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이어지는 엔딩 크레딧 말미에는 ‘American Humane’이라는 단체명이 눈에 띕니다. 해당 단체는 미디어에 등장하는 동물을 모니터링하고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며, 영상물에 “No Animal Were Harmed(어떤 동물도 다치거나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라는 인증을 수여할 수 있는 기관입니다. 이들은 촬영 과정에서 영상 관계자들이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우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시행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떨까요? 2022년 초, 드라마 촬영 중 퇴역 경주마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뒤 정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경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까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영상물도 동물의 안전과 복지보다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월부터 해당 가이드라인 제작 촉구를 위한 서명 운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초 부터 미디어에 출연하는 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해 문화예술NGO ‘길스토리’와 함께 말동무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동물자유연대와 길스토리는 해당 캠페인의 일환으로서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제작 촉구를 위한 시민 서명 페이지를 개설했고, 시민 여러분의 참여를 요청드립니다.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은 종착지가 아닙니다. 동물을 촬영에 이용한다면 그들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관계자로서 당연한 의무일 뿐, 동물 복지 측면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 첫 발걸음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국내 미디어 상에서 동물이 처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디어 동물 보호를 위한 시작,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제작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많은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 해당 캠페인은 ‘길스토리’ 후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 보내주신 서명은 가이드라인 제작 촉구를 위하여 정부에 전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