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사육곰 농장에 방문할 때마다 유독 활동가들의 발길을 붙드는 두 마리의 곰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어릴 때 앞다리와 뒷다리 발목이 각각 한쪽씩 잘리는 사고를 당한 오스카, 나머지 한 마리는 태어날 때부터 눈에 장애가 있어 평생 앞을 보지 못한 채 뜬장에 갇혀 살던 글로리아입니다.
22마리 사육곰 미국 생츄어리 이주는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지만, 그 과정은 곰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뜬장을 벗어나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비행기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그들에게 결코 수월했을리 없습니다. 그나마 몸이 성한 녀석들은 새로운 보금자리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이 천국과도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챘지만, 그렇지 못한 녀석도 있었습니다.
생츄어리 이주 직후 글로리아에게는 설렘과 벅참보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더 앞섰을 것입니다.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될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글로리아는 원래 살던 뜬장 크기 딱 그만큼의 공간만을 쉴새없이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자신에게 허락된 공간이 전에 비해 얼마나 넓어졌는지 알아채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
한참 동안 계류장 구석을 왔다갔다 하던 글로리아는 전과 다른 바닥의 감촉과 분위기를 느꼈는지 가만히 앉아 그곳의 바람과 냄새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물그릇과 밥그릇을 찾아 물과 먹이를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했던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글로리아는 생각보다 빠르게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였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는 평생 살던 뜬장이 부자연스러운 공간이고, 생츄어리는 자신들의 생태와 습성에 너무나도 잘 맞는 자연스러운 장소였던 것입니다. 🌱
글로리아는 안 보이는 눈으로도 적응을 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곰들이 이사를 왔다는 소식이 소문났는지 원래 생츄어리에 살던 다른 곰들도 가끔 계류장에 들러 한참을 기웃대다가 떠난다고 합니다. 그들이 새로운 식구를 환영하며 기꺼이 받아들여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글로리아의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갇혀있었다 해도 그들은 평생 자유를 꿈꾼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이 땅에 남은 300여마리 사육곰의 구출을 다짐합니다. 동물자유연대 혼자서는 어려운 이 길을 함께 걸어가주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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