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용인시 사육곰 농장에서 탈출한 뒤 넉달째 행방이 묘연하던 사육곰이 발견됐다. 당시 5마리 사육곰이 탈출한 뒤 2마리는 생포, 2마리는 사살되었으나 나머지 한 마리는 지금까지 그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탈출 직후 50명 이상의 포획단과 수색견 20마리를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펼쳤다. 그럼에도 탈출한 사육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자 2020년 12월 수색단을 철수하고, 곰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LTE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28일 마지막 한 마리 곰의 자취를 발견한 것이다.
사육곰 담당 기관인 한강유역환경청은 탈출한 곰이 겨울 동안 동면에 들어갔다가 기온이 오르자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전했다. 만약 이 추정이 사실이라면 동물 본연의 야생성을 억누르며 이어왔던 사육곰 산업의 잔혹함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습성에 따라 자연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곰은 겨울철 동면에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뜬장이나 철창에 사육되는 사육곰들은 사육환경상 동면에 들기 불가능하다. 먹이를 축적하기 어려우며, 나무 구멍이나 동굴 등에 낙엽으로 보금자리를 만들 수도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사육곰은 동면에 대한 학습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탈출한 곰이 동면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작년 겨울부터 수 개월 간 자취를 감췄던 탈출 사육곰이 3월 말이 되어서야 다시 나타나자 탈출한 동안 동면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별도의 학습 없이도 본능과 습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동면을 시도했다는 의미로, 전국에 사육 중인 300여 마리 사육곰들이 자신의 생태와는 관계없이 극도의 억압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뜻한다.
같은 공간에 살던 곰들이 잔혹하게 도살당하는 장면을 줄곧 지켜봐야했던 지옥같은 환경에서 탈출한 사육곰은 마치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탈출을 시도하던 영화 속 주인공 ‘빠삐용’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영화 결말에서 마침내 자유를 찾아 떠난 주인공과는 달리 사육곰 ‘빠삐용’은 다시 잡힐 경우 원래 살던 뜬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동물자유연대는 탈출 후 가까스로 수 개월을 버텨낸 용인 탈출 사육곰을 원래의 뜬장에 다시 돌려보내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 또한 사육곰을 사살하지 않고 안전한 방식으로 포획한 뒤 복지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시설에 이주시킬 것을 요구한다. 동물자유연대는 이 모든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강유역환경청 등 담당 기관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적극 협조하여, 얼마전 생츄어리로 이주한 동해 곰 22마리가 그랬듯 ‘빠삐용’ 역시 본래의 생태적 삶을 살아가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2년 3월 29일
(사)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