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남짓 되는 목줄에 묶여 자유를 박탈당하고, 배고픔과 갈증에 시달리며 고달픈 삶을 영위하는 개들. 매년 혹서, 혹한을 견뎌내야 하고, 매일 외로움과 죽음의 공포로부터 이겨내야 내일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하고,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는 상식이 소위 ‘시골개’, ‘밭지킴이개’로 불리는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개들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뎌내다 누군가의 관심으로 삶이 바뀌기도 1m 목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지난 7일, 동물자유연대는 김제시에서 밭 지킴이로 사육되는 개들이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현장에서 본 개들은 마지막으로 언제 밥을 먹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른 상태였고, 흙먼지가 쌓인 그릇은 그들이 하루 이틀 방치된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약 5개월령으로 보이는 어린 개가 목줄에 묶여 죽어있는 모습과 두 마리의 개가 목줄로 인한 심한 상처로 괴로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제보에 의하면, 죽은 개가 처음 발견된 시점은 2월 말. 다리는 끈에 묶여 괴사한 흔적이 남아있었고, 죽은 지는 꽤 시간이 흐른 듯 보였습니다.
이렇듯 개들의 상황은 죽음에 이를 만큼 악에 다다랐는데, 어린 개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 누군가의 애정어린 손길이 필요했던 것인지 낯선 활동가들을 꼬리 흔들며 반겨주었습니다. 한없이 밝고 순수한 눈빛과 그에 대비되는 열악한 환경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못 먹은 탓에 금세 기력 없이 누워있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러나 견주는 개들의 상태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시골에서는 다 이렇게 키운다”며 오히려 언성을 높였고, 교통사고로 15일간 입원해 있었다며 고의로 방치한 것이 아니니 개의 소유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개들을 ‘사랑해서’ 키운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활동가들이 확인한 견주의 태도는 그의 주장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치료가 시급해 보이는 개가 들어있는 케이지를 발로 찼고, 개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하자 먹을 것을 가져왔다며 새빨간 음식물 쓰레기를 그릇에 가득 부어주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죽은 개를 죽은 자리에 묻고, 죽은 개를 묶어두었던 줄을 다른 개의 목에 묶는 뻔뻔한 태도였습니다.
현장에서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는 사항들이 수두룩하게 발견되었기에 동물자유연대는 관할 지자체인 김제시에 격리 조치를 요구하였고,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였습니다. 그리고 목줄로 인한 상처로 치료가 시급해 보이는 개 2마리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개 1마리에 격리 조치가 시행되어 현재 보호 중입니다.
남은 개 3마리를 학대 현장에 두고 돌아오는 발걸음을 무거웠지만, 김제시로부터 남은 개체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입니다. 남은 동물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