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는 불법 번식장의 끔찍한 현실을 우리 사회에 고발해왔습니다. 그렇다면 허가받은 합법 동물생산업체는 신뢰할 수 있으며 동물들의 복지가 고려되고 있는 곳일까요? 모두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월요일(8일), 동물자유연대는 경북 구미에 위치한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합법 번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휘핏(날렵한 모습의 경주견), 포메라니안 번식 업체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유명세와 화려한 홍보 뒤 감춰진 진실은 추악하고 끔찍했습니다. 번식장 내부에는 언제 죽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부패되어 백골이 된 휘핏 3-4구가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쓰레기장 수준의 번식장 속 사체 더미…경악스러운 ‘합법’ 번식장
(2년전) 죽은 채 방치되어있던 강아지
휘핏은 매니아층이 선호하는 견종으로 국내 전문적으로 번식하는 업체는 손에 꼽으며 해당 업체는 휘핏 견주들 커뮤니티에서도
꽤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업주의 화려한 이력과 SNS를 홍보와는 달리 2년전부터 이 번식장의 환경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여 동물들이 죽거나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내부고발자(직원)의 제보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오물로 범벅이 된 바닥,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는 주변 환경, 피범벅이 되어 죽어있는 개와 이미 백골이 되어 쓰레기 봉지에 버려진 개의 사체까지…포메라니안과 휘핏의 발바닥은 다 까져 있었었습니다. 도저히 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번식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경악스러운 환경이었다고 합니다.
쓰레기 가득한 곳에서 생활하는 휘핏들
주변에 나뒹굴던 약병과 주사기
그리고 2년 후, 지난 월요일 동물자유연대는 위와 같은 사체가 쌓여있는 번식장 내부 사진을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해당 업체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추적해도 오던 제보자분들은 현재 번식장 내부의 상황은 2년전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합니다. 또한 최근 이 업체가 분양한 개가 ‘트리코모나스’라는 흔하지 않은 질병에 걸렸습니다. 이 질병이야말로 열악한 관리상태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개는 물론이거니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번식장은 쓰레기 더미로 뒤 덮혀 있었습니다. 쓰레기 더미 속에는 개들에게 놓았을 주사약병과 주사기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번식장에는 약 20여 마리의 휘핏이 맹렬히 짖고 있었고 그 뒤 작은 컨테이너에는 2-3단의 철창과 그 안에 갈색 포메라니안들이 있었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좁은 공간에 밀집되어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한 쪽에는 옴으로 털이 다 빠져있는 셔틀랜드 쉽독과 구석에는 기운없는 말라뮤트가 있었습니다.
거짓말에 거짓말을 일삼는 업주… 법의 철퇴와 지자체의 강력한 관리, 감독 필요
동물자유연대는 구미시청 동물보호담당 주무관의 현장 방문을 요청, 즉각적인
현장점검을 실시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업주는 ‘허가받은
업체이며 보여줄 의무가 없다’며 현장 공개를 완강히 거부하고 자리를 뜨기도 했습니다. 또한 ‘제보
사진은 수년 전 다른 사람이 저지른 것이며 지금 내부에는 사체는 절대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업자....과연 그의 말이 사실일까요?
최소 3마리로 추정되는 사체들
밤 9시까지 계속된 긴 설득 끝에 들어간 현장에는 제보 사진과 똑같이
‘개 사체’가 있었습니다.
백골이 되어버린 사체 옆에는 SNS에 올려진 분양을 위한 개들이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업자의 주장대로 한 번이라도 뜬장을 나와본 적이 있었는지 의심되는 작은 포메라니안들도 좁디 좁은 컨테이너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오물로 더러운 바닥, 정리되지 않은
물품들로 가득 쌓인 이 곳에서 태어난 개들이 수 백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합법 번식장 내 법은 없었다
구미시청은 해당 업주를 동물학대, 불법 증축, 폐기물 관리 위반 등 모든 위반사항에 대해 고발 및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며 검토하여 영업 허가 취소에 이르는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 년간 끔찍한 환경에서 동물을 번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자체의 관리, 감독이 부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자체는 매년 1회 이상 동물생산업에 대해 점검할 의무가 있습니다. 영업자의 준수사항과 시설 및 인력기준에 따라 해당 업체가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여 법에 따라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지, 동물학대 정황은 없는 것인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형식적인 점검은 결국 이번 경우와 같이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허가받은 합법업체에서 수년간 버젓이 동물학대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은 충격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구미시청에 반려동물 생산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삐뚤어진 사랑으로 고통받는 동물이 없도록, 끝까지 모니터링 하겠습니다
누구보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업주는 결국 관리 미숙을 인정하며 영업을 정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위법사항에 대한 처벌과는 별개로, 다른 경로로 개들이 번식에 이용되지 않도록 소유권 포기 혹은 적어도 반려동물 등록과 중성화 수술 진행을 설득했습니다. 시청 또한 이를 위한 지원을 약속하는 등 막판 협의를 이어갔지만 업주는 결국 이 마저도 거부했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개들을 자신의 손으로 좋은 곳에 입양 보내고 다시는
번식업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는 달리, 업자는 현재 종견을
포함 개들을 임시보호 할 곳을 찾고 있습니다. 아마 사태가 잠잠해 지면 다시 번식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물학대를 비롯한 위법 사항에 대해 마땅히 처벌을 받기는커녕 “동물자유연대의 협박”, “애들을 빼앗길 수 없다”, “부끄럽지 않다”,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 이라며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악어의 눈물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수 년간 끔찍한 환경에서 번식업을 지속하고, 그 결과 수많은 동물들을 고통 속에
방치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또한 중성화와 입양 지원 등 동물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고 기만을 일삼는 업주에 또 한번 분노합니다. 유명세와 현란한 광고, 그리고 ‘허가
받은 합법 업체’ 뒤 가려진 추악한 진실이 더욱 알려지길 바라며, 동물자유연대는
업주가 마땅한 죄값을 받을 때까지 모니터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