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마라도에 살던 42마리 고양이들이 포획되어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로 이동했습니다. 이송 당일 동물자유연대는 마라도 고양이들이 앞으로 살아가게될 보호 시설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반출에 대비해 문화재청과 제주가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치지 않고 급박하게 진행한 결과 보호시설에 미흡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펜스와 그물망으로 만든 방사장은 고양이가 탈출할 위험이 높아, 보다 튼튼하고 촘촘하게 보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컨테이너에 마련한 임시보호 공간 역시 상당부분 개선이 필요해 관련 사항에 대해 추가 전달할 예정입니다.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이미 시설로 옮겨진 고양이들을 위해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40여 마리 고양이들이 냉난방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컨테이너에 옮겨져 너비 80cm, 높이 60cm도 채 되지 않는 1단 케이지 안에 갇혀 있습니다. 제주와 문화재청이 미리 준비해놓은 케이지는 조그만 화장실 하나 조차 두기 어려울만큼 비좁아 계속 생활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적응 기간 동안만 임시로 머문다 해도 하루 종일 비좁은 케이지를 견뎌내야 하는 고양이들의 스트레스는 짐작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적응에 몇 달이 걸릴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유롭게 살아왔던 생활 환경을 생각하면 갇혀 살아야 하는 고통이 더욱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고양이들의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빨리 덜어주기 위해 케이지와 화장실, 쿠션 등 당장 필요한 물품부터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한 고양이 보호∙관리를 맡은 ‘유기동물 없는 제주 네트워크’(유동네, @udongne.jeju)와 소통하며, 제주와 문화재청이 시설을 제대로 보완하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내보내는 것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는 해도 그 조치를 시행하는 과정 전반이 부적절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문화재청과 제주는 고양이 ‘반출’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이후에 맞이하게될 삶의 질에는 진지한 고려와 준비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 많은 동물이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나, 정작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이들은 단체와 시민들입니다.
고양이들의 처우만큼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일입니다. 인위적으로 섬에서 살게된 고양이들은 또 다시 인간에 의해 고향에서 쫓겨났습니다. 이제 더는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담당 기관은 섬에 동물을 데리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조류 등 야생동물 생존을 위협하는 근본적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 같은 후속 절차가 없다면 금번 마라도 고양이 반출은 동물보호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고양이 혐오에 불과합니다.
이송 현장을 울려퍼지던 고양이들의 구슬픈 울음 소리가 활동가들의 귓가에 아직도 생생합니다. 공포와 불안 가득한 그들의 표정을 보며 ‘사람과 같이 살기 위해 참 많은 대가를 치르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마라도에서 반출당한 고양이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책 요구를 위한 활동도 지속하겠습니다. 담당 기관이 끝까지 제 역할을 다하도록 마라도 동물 보호 활동에 계속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