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기자회견문]정부와 비봉이 방류협의체는 방류 실패 인정하고 책임 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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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정부와 비봉이 방류협의체는 방류 실패 인정하고 책임 규명하라!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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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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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6일은 수족관에 감금됐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제주 바다에 방류한 지 꼭 일 년 째 되는 날이다. 제주 연안 정주성 해양동물인 남방큰돌고래 특성상 방류 1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은 비봉이는 죽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은 2017년 방류에 실패한 대포, 금등의 사례를 제대로 되새기지 않은 무책임을 반복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 나은 삶을 찾아준다는 방류의 목적을 고려했을 때 개체의 생존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업의 실패를 의미한다. 


그러나 전적으로 인간의 판단과 의도에 따랐던 야생 방류가 실패로 이어졌음에도 비봉이의 실질적 소유자 호반 퍼시픽리솜을 비롯한 방류 관계자들과 정부는 아직까지 원인에 대한 분석은 커녕 실패 사실 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우리는 비봉이 야생 방류 과정과 이후 파악한 정보에 대하여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방류 실패에 따른 철저한 규명을 촉구한다. 


2013년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제돌, 춘삼, 삼팔이를 시작으로 2015년 태산, 복순이까지 이어진 남방큰돌고래 야생 방류 성공은 우리에게 벅찬 환희와 감동을 선사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더 많은 존재를 공동체 구성원으로 포용하는 기쁨을 경험했고 사회의 진보를 이끌었다. 수족관에 감금되어 쇼에 동원되던 돌고래들이 너른 바다로 돌아가 무리에 합류하고 힘차게 유영하며, 새끼를 낳고 야생에서의 삶에 완벽히 적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야생 방류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대포·금등이와 비봉이의 잇따른 방류 실패를 앞에 두고 우리 사회는 야생 방류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봐야 하는 시점에 서있다. 수족관 돌고래 야생 귀환은 동물의 생존과 직결된다. 인위적인 공간에 갇혀 고통받던 동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그들이 야생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 전제다. 방류한 동물이 야생으로 돌아가 야생에서의 삶을 제대로 영위할 때에야 야생 방류는 진정한 의의가 있으며, 방류를 통해 개체 별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방류는 결코 동물을 위한 선택이라 할 수 없다. 이를 보장할 수 없었던 비봉이의 경우 야생 방류가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음에도 지향점이 분산되며 결국 방류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오랫동안 돌고래를 감금하고 쇼에 이용하며 수익을 취해 온 호반퍼시픽리솜은 비봉이 방류를 통해 마치 사회적 책임을 훌륭히 수행한 기업처럼 포장됐다. 또한 당시 흥행하던 드라마 ‘우영우’의 열풍과 맞물리며 돌고래 방류가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쓰였고 정부의 졸속 행정이 뒤따랐다. 무엇보다도 17년간 감금된 비봉이의 바다 훈련 기간이 고작 48일에 불과했으며, 방류 당시 체중이 20kg 가량 감소했음을 감안할 때 방류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한 생명을 책임지는 데 있어 과학적 판단을 기반으로 제 역할을 다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는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방류 운동 앞에 무기력했다. 


퍼시픽랜드(호반퍼시픽리솜의 전신)에서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비양도 앞바다에서 포획된 비봉이는 포획 당시 4-5살로 추정되는 아성체였다. 성체가 되기 전부터 수족관에 감금된 뒤 무려 1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돌고래쇼에 이용당했다. 야생의 경험을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오랜 기간 수족관에 감금됐다는 점은 방류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2017년 방류에 실패한 대포·금등이 보다도 열악한 조건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비봉이 방류 결정과 준비 과정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됐다. 


그럼에도 비봉이 야생 방류는 방류 결정 근거, 시점 별 논의 사항, 동물의 건강 상태 등 방류 사업의 전반적 진행 과정을 외부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실패에 따른 분석 또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방류 실패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었음에도 그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방류 시점까지 인간에 대한 의존성이 남아있었고 체중이 20kg 가량이나 줄어든 상태에서도 방류가 가능하다 판단했던 근거에 대해 정부와 비봉이 방류협의체는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17년간 인간의 유희를 위해 이용된 비봉이는 결국 인간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이를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과오에 대한 성찰은 뒤따라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비봉이의 죽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정부는 방류의 전 과정 공개와 규명을 통해 그 책임을 다하라. 



2023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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