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 자리에서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관계 부처에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직접 언급한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는 이에 적극 환영의 뜻을 표한다.
‘개 식용’ 문제는 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완전성과 이중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회적 지표다. 한국에서 개는 반려동물이자 식용동물로 취급되고 있다. 즉 한편에서는 ‘가족’으로 인정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식품으로 대하고 있다. 따라서 개 식용 문제는 단순 ‘식문화’ 또는 ‘취향’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동물에 대해, 인간이 아닌 생명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실천하고 있는지를 가늠케 해주는 철학적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총리에게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하라 지시한 것은 늦었지만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편 대통령의 지시가 얼마나 제대로 이행될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미 2018년 7월 청와대가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을 정비하겠다”며 공언하고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이에 우리는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입안하라. 또한 불법 개농장 및 식품공전에 없는 불법 지육 판매 등을 철저히 단속하라. 개농장 실태 및 개체수 등에 대한 전수 조사 등 굳이 입법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현행 법제하에서 충분히 규제 가능한 사안들부터 즉시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조치들이 선결될 때만이 대통령이 지시한 ‘개 식용 종식’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지시한 만큼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일부 여론 뒤에 숨을 때는 지났다. 대선 행보에 나선 주요 정치인들도 ‘개 식용 금지 추진(이재명)’, ‘당선 시 1년 내 육견산업 금지(이낙연)’, ‘개 식용 문제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반드시 넘어야 할 산(추미애)’ 등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개식용 종식은 국민의 요구이며 시대적 사명임을 정치권에서도 진지하게 자각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개식용 종식을 통한 생명존중의 새로운 사회 건설에 적극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