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동물생산판매] 고양시 불법 번식장 구조 그 후, 남겨진 이야기

반려동물

[동물생산판매] 고양시 불법 번식장 구조 그 후, 남겨진 이야기

  • 동물자유연대
  • /
  • 2020.05.13 15:40
  • /
  • 3780
  • /
  • 2



오물 가득한 철창과 배가 갈라진 사체가 나뒹굴던 처참한 현장, 평생을 번식의 도구로 이용 당하며 살아온 26마리 개들을 구조한지도 벌써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제보를 받고 참혹한 불법 번식장의 현장을 마주한 5월 1일부터 지금까지, 고양시 불법 번식장 제보부터 구조까지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를 짚어봅니다.


고양시 불법 번식장 제보부터 구조에 이르기까지

5월 1일, 동물자유연대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불법 번식장 80여 마리 개들에 대한 한 통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뜬장에 방치된 사체와 인공수정의 흔적 등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활동가들은 휴일에도 불구하고 급히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고양시에서 수년간 무허가 동물생산업을 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에는 앞도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엉켜버린 털과 성대 수술로 인해 쇳소리 가득한 목소리로 울부짖는 개들이 있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즉각 관할 경찰서와 고양시청에 동물학대 및 불법 번식장 운영에 대한 신고를 했고, 현장에서는 무허가 동물생산업자와 격렬한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번식장 내부 개들에 대한 지자체의 격리조치가 늦어지며 사건 대응 초기 골든타임을 놓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른 아침 다시 찾은 현장에서 하룻밤 사이 13마리 개들이 사라진 사실을 파악하고, 활동가들은 즉시 조를 편성해 번식장 앞을 지키며 주말 사이 개들의 추가 이동을 막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고양시 불법 번식장의 존재가 동물자유연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며, 주말 내내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쏟아졌습니다. 수백 통의 민원 전화와 온라인 민원이 고양시 측에 접수됐고, SNS 댓글과 게시물 공유가 셀 수 없이 이어졌습니다. 수많은 시민의 간절한 목소리에 고양시에서도 개들의 안전한 구조를 위해 뒤늦게나마 노력했고, 연휴의 마지막 날인 5월 3일 구조가 전격 결정되며 동물자유연대는 번식장의 개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들을 전부 구조할 수 없던 이유, 업자의 동물 소유권 주장

동물자유연대는 5월 4일 지자체 담당 공무원의 동석 아래 번식업자가 구조에 동의한 개체와 현장에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일부 개체의 추가 구조에 성공해, 총 29마리를 병원과 위탁 보호소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병원으로 이동한 3마리 개들은 다음날 고양시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는데요. 바로 3마리 개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자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번식업자를 통해 교배와 출산을 맡긴 것이고, 따라서 보호자 동의 없이 어떠한 검사나 미용, 치료를 제공하지 말라는 의견이었습니다. 구조 당일 번식장 개들을 모두 구조할 수 없었던 이유, 구조 후 3마리 개들이 반환된 이유, 바로 생산업에 대한 강한 의지로 개를 포기하지 않는 업자로 인해 현행법상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생산업 허가 및 번식장 운영 상 불법 여부와 별개로, 동물은 현행 민법 상 '물건'으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번식장 개들의 '소유자'인 업자가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현행 법에 따라 개들은 업자의 '사유재산'으로 인정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휴 내내 10명 이상의 활동가가 돌아가며 밤새 개들을 지키고, 절박하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도 여전한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히며 활동가들 모두 상심과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습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 끝없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 했을, 우리 사회가 살려야 마땅한 26마리 생명이 드넓은 세상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생명보다 우선시되는 개인의 소유권 앞에 구조 현장에 개들을 남겨둔 채 돌아설 수 밖에 없었지만, 고양시 불법 번식장 사건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4일 관할 경찰서에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해당 업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번식업자의 무수한 불법 행위는 경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며, 국방부 소유 국유지를 불법 점거하여 무단으로 설치한 뜬장 역시 철거 명령과 폐쇄 집행이 이루어져야 마땅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수많은 동물의 피와 눈물이 얼룩진 뜬장의 철거로 번식장이 폐쇄되는 그날까지 사건을 모니터링하고 시민 여러분께 전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뿌리 깊이 박힌 법적 한계의 개선을 위하여 더 치열하게 싸우고 도전하겠습니다.

여러분, 아직 그곳에 남은 개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고양시 불법 번식장의 개들처럼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이용당하며 고통받는 이 땅의 수많은 동물을 반드시 기억해주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생명의 곁을 지킬 수 있도록, 동물자유연대의 활동에 지금처럼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