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FREE: THE BEAR] 사육곰의 특별한 여름날 - 곰벤져스표 해먹 전달기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흐르는 더위, 여름은 사람들에게도 고된 계절이지만 동물들에게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7일 동물자유연대와 곰벤져스(동물자유연대 사육곰 프로젝트 시민참여단)가 방문한 농장의 사육곰 역시 무더위와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육곰들을 괴롭히는 것은 무더위만은 아니었습니다. 하루종일 좁은 철창 안에서 할일 없이 보내야 하는 무료함은 어쩌면 더위보다도 더 큰 고통일지 모릅니다.
무더위, 무료함과 싸우고 있을 사육곰들을 위해 동물자유연대와 곰벤져스는 곰보금자리,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소방호스로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 만든 해먹과 얼린 수박, 사과를 들고 경기 남양주의 한 농가를 방문했습니다.
곰벤져스의 첫 사육곰 농가 방문!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곰벤져스가 직접 사육곰을 만나보고 해먹을 설치하는 의미있는 날이었는데요. 사육곰을 실제로 처음 만난 곰벤져스는 "사육곰 문제를 잘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실제로 보니, 이렇게 거리가 가까워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 500여 마리의 사육곰이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관람 목적으로 사육곰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이 농가에는 한 때 15마리의 곰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새끼 곰들을 정원에 풀어놓아, 방문객들이 직접 볼 수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지난 봄 현장조사를 갔을 때에는 세 마리의 사육곰이 살고 있었지만 그 사이 한 마리는 탈장으로 숨지고 이제는 곰례, 곰두리 두 마리의 사육곰만이 남아 낯선 이의 방문을 반겨주었습니다.
킁킁, 처음 보는 사람들이야!
3개의 우리를 모두 터 둔 상태로 우리를 넘나들며 생활하고 있고, 내부에는 곰들이 올라갈 수 있는 공간도 있어 타 농장보다는 양호한 환경이지만 사육곰들이 평생을 보내기에 철창은 너무나 좁고 지루한 공간입니다. 그 지루함과 무료함을 보여주듯 지난 현장조사에서 사유곰들은 좌우를 오가거나, 철창 사이에 혀를 넣었다 뺐다 하는 등 전형적인 정형행동을 보였습니다.
해먹은 철창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곰들의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나뭇가지를 모아 나무 위에 둥지를 만들어 자는 습성이 있는 곰들에게 먹은 그와 유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해먹으로 유도되는 다양한 반응 자체가 곰들의 행동을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벌써 세번째 해먹 설치 작업. 해먹의 위치를 정하고 철창에 해먹을 단단히 고정시키면, 자연만큼은 못하지만 곰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는 해먹설치가 완료됩니다.
아직 해먹이 낯선 곰들은 해먹에 선뜻 오르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을 보이며 해먹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천진한 얼굴로 해먹을 잡고 물어뜯고, 다리도 걸쳐보고, 흔들어도 보고 하는 이 모든 움직임이 사육곰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겠지요.
조금만 하면 뜯길 것 같은데...
전날 작은 사무실 냉장고 가득 과일을 얼렸던 활동가들의 노력을 알아주듯, 야무지게 두발로 얼음사과를 쥐고 먹는 곰들의 모습에 연신 활동가들과 곰벤져스의 탄성이 터져나옵니다.
어, 저기 단호박... 빨리 사과 먹고, 단호박도 먹어야지
해먹과 얼음과일이 부디 곰례와 곰두리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하루의 행복이 아니라 사육곰들의 남은 일생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동물자유연대와 곰벤져스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육곰 산업을 종식하고, 남은 사육곰들이 생츄어리로 가는 그 날까지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해주세요!
곰례와 곰두리, 자유를 찾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