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드디어 22마리의 사육곰이 생츄어리로 출발하는 길을 보여드렸습니다. 사육곰을 마취하고 크레이트에 이송해서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 내내 많은 시민분들이 같이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셨습니다. 그 응원에 힘입어 곰들은 현재 미국 도착 후 생츄어리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오늘 새벽 12~ 3시 정도(LA 현지 시간 16일 오전8시~12시)면 생츄어리에 도착할 것입니다!
곰들이 탄 비행기를 바라보는 활동가들 마음속에는 2020년 사육곰을 구조했던 그 순간부터 항공기에 실리던 모습까지 파노라마처럼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실현한 뜻 깊은 구조 활동에 언론에서는 “동물자유연대, 국내 최초로 사육곰 22마리 구조하여 생츄어리 이주!”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구조활동이라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끼지만, 활동가들이 가장 바라왔던 건 ‘그들이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소망이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은 동물자유연대 혼자서 해낸 일이 아닙니다. 곰들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며 안전한 마취를 도와주신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생태원,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사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이루어지는 사육곰 미국 이주를 위해 다방면으로 협조해 주신 환경부와 환경청, 검역본부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곰들이 떠나기 전까지 멀리 동해까지 오가며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맡아주신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연대 활동에도 감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로지 사육곰의 자유만을 바라며 동물자유연대의 사육곰 구조 활동에 힘을 모아주시고, 언제나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시민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0년 7월, 동해시 사육곰 22마리를 구조하고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미국내 검역이 마비되면서 단체의 예상보다 이주가 훨씬 늦어졌습니다. 더위가 한창 기승이던 한여름 뜬장 속에 갇힌 곰들을 뒤로 하고 서울로 돌아올 때마다 조급함과 안타까움이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구조를 한 뒤 비행기에 타 미국행에 오른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그들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안전하게 크레이트에 들어가 비행기를 탄 지금에서야 숨을 조금 돌려봅니다.
각자 취향과 습성이 있는 개별적 존재가 아닌, 생명을 19그램짜리 웅담으로 취급해왔던 40년 간의 사육곰 산업 역사는 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시간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그 비극을 끝내기 위해 지난 십 여 년 간 사육곰 보호시설 건립 예산 통과를 촉구하고 민∙관 협의체에 참석해 사육곰의 복지를 위한 대안을 끝없이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구례와 서천에 사육곰 보호 시설이 건립 중이고, 지난 1월 26일에는 정부가 ‘2026년 사육곰 산업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22마리 사육곰을 미국 생츄어리로 이주시킨 뒤에도 계속 눈에 밟히던 국내 300여 마리의 사육곰 역시 하루 빨리 보호시설로 옮겨져 자유로운 삶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철창에 갇혀 살던 사육곰 22마리는 지금 미국에 도착하여 생츄어리로 이동 중에 있습니다. 철창 속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던 사육곰들이 비행기를 타서 하늘을 날고, 미국을 달리게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여러 관계기관과 시민 분들의 힘이 모이자 자유를 빼앗긴 사육곰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넓은 세상에서 자유를 누리며 ‘진짜 곰’다운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앞으로도 사육곰이 생츄어리에 도착한 소식과 적응 과정 등을 주기적으로 공유할 예정입니다. 여러분께서 구해주신 22마리 사육곰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 계속해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내에 남은 사육곰들의 해방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