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마산업은 정육점” 경주마 전 생애 복지 체계가 필요하다
동물자유연대는 2월 9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과 함께 ‘경주마 전 생애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와 제주비건은 ‘퇴역경주마 펫사료화’ 계획을 막고, 경주마 복지를 요구하기 위한 활동으로서 ‘도축장 가는 길’ 행진을 진행해왔습니다. 또한 지난달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신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발이 묶여 강제로 고꾸라진 퇴역 경주마 ‘까미’(예명)가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한번 경주마의 비참한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평균 2살에서 4살사이 은퇴하여 바로 도축되거나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확인되지 않은 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경주마의 전 생애 복지 체계 수립을 위해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대안을 찾아보고자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대한재활승마협회 김정현 이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국내에서 은퇴한 경주마는 17,298두에 달하나 그 중 한국마사회 승용조련프로그램 인증을 받은 말은 14두로 고작 0.08%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도살되어 고기나 사료로 쓰이거나 농장으로 팔려가 열악한 생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반면 영국, 미국, 홍콩 등의 나라에서는 퇴역경주마의 건강한 삶을 경마 산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 두고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최대 규모의 말 도축장을 조사해 국내 말 산업에서 자행되는 학대 실태를 밝혀냈던 PETA 정책부 수석 연구원 필립 샤인은 한국 경주마 산업을 ‘K-Cruelty’라고 칭했습니다. 너무 많은 말을 번식시켜 ‘잉여’말들을 만들어내고 그에 대한 관리는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상금의 3%를 은퇴한 경주마들의 퇴역 자금으로 배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한국마사회는 발제를 통해 마사회 역시 2014년 ‘말보건복지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주마 복지 증진을 위해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정부와 유관기관, 입법 활동 등이 병행하지 않으면 충분한 수준의 복지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마사회가 아직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로드맵에 그친 것이 실망스럽다.”며, “고충을 토로하기에 앞서 담당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덧붙여 동물을 이용해 벌어들인 수익은 동물 복지를 위해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상금 3%를 퇴역기금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필립 샤인의 제안에 많은 이들이 동의를 표했습니다. 더불어 경주마 복지를 위한 법제화, 번식 두수 축소, 말 이력제 시행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되었습니다. 제주에서 경주마 복지를 위해 활동 중인 제주비건 김란영 대표는 경마산업은 ‘정육점’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제주를 ‘말의 고장’이라고 알고 있지만, 말에게 제주는 ‘죽음의 고장’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시행 중인 ‘소 이력제’를 참고하여 이력관리제를 검토하겠다며, ‘2022-2026 말산업 육성 5개년 계획’ 수립 시에도 경주마 전 생애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내용을 포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농림부의 발표대로 지금부터라도 경주마 복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이 조금씩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수득상금이 10억에 달했던, 승률이 높고 경주마로서 훌륭했던 말 ‘승리’는 경주마로 지내던 6년 간 무려 290회의 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은퇴 후에는 5년 간 허름한 승마장의 마방 구석에 방치되다 일반인에 의해 구조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유희만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달린 경주마의 일생입니다. 경주마로 이름 붙은 존재는 경주마 시절 성적이나 대우가 어떻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며 반드시 이들의 삶을 바꿔나가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오늘 토론회가 그 첫발이 되었기를 소망하며, 앞으로도 경주마 복지 체계 수립을 위한 동물자유연대의 활동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시길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