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학영 국회의원이 곰 사육 종식을 위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한 연대 단체들은 국회에서 해당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공동 개최했습니다. 제 21대 국회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오늘 기자회견 시 법안 통과 촉구를 위한 동물자유연대 연대 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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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동물자유연대에게 정말 잊지 못할 해였습니다. 십 여 년 간 철창에 갇혀 죽음만을 기다리던 22마리 사육곰이 생애 처음으로 철창을 벗어나 자유를 찾는 여정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뜬장을 버티던 발이 흙바닥을 딛는 그 순간부터 그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곰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구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있었습니다. 또한 정부 기관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 22마리 사육곰이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2022년 초, 정부는 시민단체와 사육곰 농가, 지자체 등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했고, 2026년까지 곰 사육을 종식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모두의 염원과 노력이 22마리 사육곰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습니다.
사육곰은 인간의 탐욕과 과오를 끝없이 상기시키는 존재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긴 시간 그들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긴 채 모른 척하며 우리의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이제는 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번 야생생물법 개정안 통과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번에 발의된 야생생물법 개정안은 곰 사육과 웅담 채취를 완전 금지하도록 하고 있어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금까지 수 십 여 년 간 이어져 온 사육곰의 고통에 종지부를 찍을 근거가 될 것입니다. 또한 국가의 사육곰 보호시설 건립, 곰 사육 포기 농가에 대한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사육곰 산업의 실질적 종식에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부디 이번만큼은 과거 법안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회기 내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육곰들의 처지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비참하게 살고 있는 사육곰들의 실상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참혹한 환경에서도 숨 쉬고 견디는 그들을 보며 매번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죄 없는 감옥 생활을 견뎌야 하는 사육곰들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도록, 더 많은 사육곰이 진짜 곰처럼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이번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지금 남아있는 300여 마리 사육곰들이 모두 떠나기 전, 야생생물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통해 그들에게 다른 생을 맞이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욕심 때문에 고통 받고 떠나간 수많은 사육곰에게 애도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