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야생동물

[PROJECT FREE : THE BEAR] 시멘트 우리와 음식물 쓰레기, 사육곰의 일생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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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2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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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3월부터 ‘곰 보금자리’와 함께 전국의 사육곰 농가의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월 16일부터 17일 방문한 강원도 사육곰 농장 두 곳까지 포함하여, 현재 약 30곳의 사육곰 농장의 현장조사를 마쳤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526마리의 사육곰이 좁은 철장 안에서 하루에 한 번씩만 급여되는 개∙돼지사료, 음식물 쓰레기와 폐기 처분된 빵과 도넛 등을 주식으로 하며 평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6일과 17일 방문한 농장의 사육곰들 또한 다른 사육곰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진1] 강원도 화천 사육곰 농가의 반달가슴곰

4월 16일, 강원도 

이 농가의 19마리 사육곰들은 하루 한 번 인근 군부대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먹습니다. 농장주가 잔반통을 차에서 실어 내리자, 곰들은 익숙한 듯 스스로 내실로 들어가 급여를 기다렸습니다. 염도 조절을 위해 약간의 물을 섞은 잔반과, 다행히 다른 잔반과는 섞이지 않은 사과 조각이 마리당 3~4조각씩 주어졌습니다. 군부대 식단에 포함되는 계절과일 덕분에 상태가 나쁘지 않은 과일을 먹을 수 있지만, 열처리가 되지 않은 잔반은 전염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염분이 많은 잔반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신장에 손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육곰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진2-1,2-2] 식사시간, 인근 군부대 잔반을 먹는 사육곰 

식사 이후에 곰들은 우리 바닥에 누워 햇빛을 쐬며 잠을 청하거나, 철창에 고개를 기대고 멍하니 활동가들을 쳐다보았습니다. 이 사육곰들은 죽기 전까지 평생을 우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에 체념한걸지도 모릅니다.

곰은 본래 육식성이지만 식물성 먹이 의존을 높여 잡식성으로 진화했다고 합니다. 특히 곰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소형인 반달가슴곰은 나무를 잘 타며, 그 능력을 살려 새순과 열매, 과일 등을 먹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열매는 먹고 남은 나뭇가지는 쌓아서 그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서식하는 삼림에 따라, 계절에 따라 새순, 오디, 산딸기, 돌배 등 다양한 식물성 먹이를 먹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시멘트 우리 바닥에서 햇빛을 쬐는 사육곰들도 '웅담 채취'라는 사람의 욕심과 개입이 없었다면, 숲을 누비며 큰 앞발로 나무 줄기를 움켜쥐고 가지를 꺾어 열매를 따먹은 뒤 그 위에 누워 잠을 청했겠지요.


[사진3] 식사 후 시멘트 바닥에 누워있는 사육곰 

하지만 현재 사육곰들의 현실은 본래의 먹이 습성과는 전혀 다른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삶을 연명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육곰들에게서 설사와 영양결핍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왔기 때문에, 반달곰의 본래 먹이인 도토리, 호박, 새순 등을 손에 쥐어 주어도 먹지 않고 버리기도 합니다.

해외 곰 생츄어리에서는 곰을 생츄어리에 입소 시키기 전에 3~6개월 정도의 교정 기간을 갖습니다. 그 기간 동안 먹이 교정 훈련도 함께 이루어지게 되는데 여기서 곰들은 이전의 잘못된 먹이들로부터 벗어나는 훈련을 받게 되고 결국 자연에서 먹던 과일과 채소 등으로 먹이 습관을 바꾸게 됩니다. 


[사진4]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온 물을 마시고 있는 곰


4월 17일, 강원도 

17일 방문한 농가에는 단 한 마리의 사육곰만이 있었습니다. 이미 도축 연한인 10세를 넘긴 곰들은 모두 도축 되었고, 아직 나이가 5세인 암컷 사육곰 한 마리만이 텅 빈 우리에 홀로 남아있었습니다.


[사진5] 도축으로 개체수를 줄여 텅빈 상태의 농장

아침 7시 농장주가 사료를 급여하는 시간에 맞춰 방문하였지만,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심해 제대로 얼굴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활동가들이 우리로 다가가자 흥분한 상태로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우리를 맴돌다 바로 내실로 들어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농장주가 돼지 사료 한 바가지를 주었지만 내실에서 나오지 않아, 활동가들은 곰의 사료 섭취를 위해 자리를 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진6] 곰의 쓸개즙 채취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철장

이 농장에서 태어난 사육곰은 사육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도축 가능 연한까지 앞으로 남은 5년에 가까운 세월을 사람을 경계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람이 아니었다면, 활발히 숲을 누비며 평생을 보냈을 사육곰들.

당연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사육곰들이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사육곰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과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동물자유연대 또한 사육곰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