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PROJECT FREE: THE BEAR] 사육곰의 정형행동으로 살펴 보는 행동풍부화

전시·야생동물

[PROJECT FREE: THE BEAR] 사육곰의 정형행동으로 살펴 보는 행동풍부화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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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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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FREE: THE BEAR] 사육곰의 정형행동으로 살펴 보는 행동풍부화


동물자유연대가 농가에서 본 곰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똑같았습니다. 밥을 먹기 전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있거나 무료한 듯 멍하게 앉아있거나, 심한 경우는 혓바닥을 철창사이로 넣었다 뺐다 하는 등 의미없는 행동들을 속적으로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사육곰들의 모습, 우리가 알고 있는 곰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자연 상태의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한 장소에만 머무르지 않고 하루에 적게는 1~2km, 많게는 수백 km까지 움직입니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천적으로부터 숨기 위해서, 적합한 계절의 장소로 옮겨가지 위해서, 때로는 그냥 재미로 하루를 바삐 움직이는 것이 동물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자연을 떠나 사람에 의해 사육되는 동물들은 자연에서 누리던 생태와 습성을 잃은 채 살아가게 되고 이로 인해 동물들은 정신질환을 앓기도 합니다.

[베트남 생츄어리를 자유롭게 거닐고 있는 구출된 사육곰 / 출처 : 곰보금자리]

이러한  정신질환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정형행동입니다. 주로 비좁은 공간에 오랜 시간 동안 갇혀 지내는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이 행동은 반복적이고 지속적이지만 목적은 없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같은 자리를 끊임없이 뱅뱅 돌기도 하고, 머리를 계속해서 좌우로 흔들기도 하며, 심한 경우 철장이나 벽에 머리를 들이받기도 하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의미 없는 행동을 하며, 동물체험시설, 동물원, 수족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좁은 철장에 갇혀 무료한 낮을 보내고 있는 전라남도의 사육곰]

[심각한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는 강원도의 사육곰]

때문에 최근 많은 전시시설들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이로인한 정형행동을 완화시키기 위해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동물의 행동을 풍부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행동풍부화는 동물이 원래 살던 자연 환경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동물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에는 전시장의 물리적 환경을 자연 상태와 유사하게 만들어주는 환경 풍부화, 먹이를 찾아다니던 자연에서의 행동을 유발해내는 먹이 풍부화, 합사와 무리 생활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사회성 풍부화, 시각 뿐만 아니라 동물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감각들인 후각, 촉각, 청각 등의 감각들을 되살려주는 감각 풍부화, 새로운 놀이나 장치를 이용하여 놀이 행동을 하는 인지 풍부화로 총 다섯 가지의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곳곳에 숨은 먹이를 찾고 있는 베트남 생츄어리의 사육곰 / 출처 : 곰보금자리]

해외 사육곰 생츄어리에서는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먹이를 줄 때에도 한 곳에 잔뜩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먹이를 조금씩 숨겨둠으로써 곰들이 먹이를 찾아 움직이고, 바닥을 파헤치는 등의 다양한 행동을 하면서 자연에서 하던 최소한의 습성들을 충족시킬 수 있게끔 해주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사육곰들은 하루 혹은 이틀에 한 번 주는 개사료나 음식물 쓰레기를 한 번에 먹어치우고 난 뒤에는 별다르게 할 일이 없이 그 자리에 누워있을 뿐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아무런 할 일 없이 무료하게 누워 있던 강원도의 사육곰]

이 외에도 공 안에 먹이를 넣어 몇 시간이고 먹이를 먹기 위해 공을 이리저리 굴리는 프로그램, 신선한 과일을 커다란 얼음 안에 넣어두어 몇 시간이고 얼음을 깨부수고 난 뒤에야 먹이를 먹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 타이어나 해먹을 걸어두어 곰들이 올라타기도 하고 깨물기도 하는 프로그램 등등, 무궁무진한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으로 곰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삶에 흥미를 불어넣어주게 됩니다.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은 단순한 먹이나 장난감 뿐만 아니라 자연과 가장 유사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환경 풍부화와 같은 종의 다른 곰들과의 사회성을 키워주고 원활한 합사를 도와주는 사회성 풍부화, 무료함을 단순히 달래주는 것을 넘어서 동물이 생각을 하고 행동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지 풍부화 프로그램 등이 있습니다. 그 어떤 행동풍부화 활동도 자연 상태 그대로의 환경을 제공해주기는 힘들지만, 자연으로 돌아가기 힘들어진 사육곰들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에 행동풍부화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과 대나무 안에 있는 간식을 먹기 위해 몇시간이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반달가슴곰 / 출처 : 애니멀스 아시아]

동물자유연대는 곰보금자리와 함께 국내 사육곰들의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곰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해먹을 시민들과 함께 제작하여 곰들에게 전해주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차 해먹 전달 활동에서 해먹을 생전 처음 본 곰들은 다소 머뭇거리는 듯 했지만, 이내 새로운 장난감을 만난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얼굴로 해먹에 올라갔습니다. 평생을 비좁은 철장 안에 갇혀 지내던 사육곰. 이들이 만져본 것이라고는 하루에 한 번 급여되는 개사료나 음식물쓰레기가 전부였습니다. 이들에게 해먹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었을까요?

[사육곰의 행동풍부화를 위한 해먹을 제작 중인 곰벤져스 요원들]

[해먹 전달 후기 영상]

동물자유연대는 사육곰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함께, 철창안이 전부인 사육곰들이라도 조금이나마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곰들의 행동풍부화를 도울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6월11일 화요일, 동물자유연대는 시민참여단인 곰벤져스 요원들이 제작한 해먹을 화천 농가에 설치해주러 갑니다. 곰들의 복지를 위한 활동에 많은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댓글


윤정혜 2019-06-12 14:43 | 삭제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한 우리들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아직은 주위 사람들에게 사육곰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전부인지라.. 답답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