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충남 부여 폐축사에서 구조된 ‘별밤이’가 우리 곁을 떠나 먼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별밤이가 구조될 때부터 이후 제주 생활까지 함께 지켜보며 응원과 애정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별밤이의 마지막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주말(12/16) 별밤이를 위탁 보호하고 있는 곶자왈 말구조보호센터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별밤이가 간밤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말이 자주 걸리는 질병 중 하나인 산통(배앓이)이 아무도 없는 밤 중에 찾아온 것 같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동물자유연대는 별밤이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별밤이를 만나러 가는 길, 겨울의 황량한 풍경이 더욱 서글프게 느껴져 별처럼 노란 꽃이 섞인 꽃다발을 준비했습니다. 별밤이의 꼬리와 갈기에서 털을 조금 잘라내어 묻어준 뒤 바위로 비석을 대신하며 작은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준비해간 꽃다발을 바위 앞에 놓아주면서 별밤이와 함께 했던 시간들도 하나씩 꺼내보았습니다.
별밤이와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립니다. 폭우가 지겹게도 이어지던 날, 현장에 도착한 활동가들을 향해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오는 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엔 깡마른 몸으로 볼품없는 환경에 방치되어 있었지만, 건강하던 시절에는 큰 키와 갈색 털을 뽐내는 멋진 모습이었으리라 짐작됐습니다.
호스피아(horsepia.com) 기록을 보면 별밤이는 경주마에서 은퇴한 뒤 여러 승마장을 전전했습니다. 숨이 턱에 차도록 경마장을 뛰기도 하고 승마체험시설에서 열심히 사람을 태우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다리가 불편해지는 등 건강에 문제가 생기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년 가까이 사람의 필요에 의해 이용당하던 말이 단지 쓸모를 다했다는 이유로 죽음의 문턱에 놓여도 이를 알아차리거나 구제할 제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별밤이는 작년 겨울 먼저 세상을 떠난 ‘도담이’와 함께 동물자유연대가 처음으로 구조한 말이었습니다. 무엇이든 처음은 특별한 의미가 있듯, 도담이와 별밤이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만들어준 존재였습니다. 별밤이와 도담이를 구하고 나니 부당한 처지에 놓인 말들이 더 많이 보였고, 그들을 고통에 빠뜨린 원인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말을 이용하는 산업의 현황 및 법과 제도를 차근히 파악해 나가며, 얽혀있는 여러 문제점을 정비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주에 도착한 뒤에야 별밤이는 비로소 누군가의 소유물이나 산업의 도구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때의 기억만 간직하고 떠났기를 바랍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별 앞에 슬퍼하는 대신 그 슬픔을 동력삼아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또 다른 별밤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별밤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말들의 생에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별밤이가 떠난 뒤에도 말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동물자유연대 활동에 많은 지지와 동참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