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경북 고령군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탈출한 지 한 시간 만에 사살된 사건이 발생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불과 며칠 전인 8월 11일, 대구 달성공원에서 탈출한 침팬지가 마취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일어난 야생동물 사망 소식에 비탄을 금할 수 없다.
동물자유연대는 사이테스(CITES) 부속서Ⅱ에 해당하는 사자를 사설 목장에서 키웠다는 소식에 위법 사항은 없었는지 대구 환경청에 유선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그 결과 이번에 사살된 사자는 전시용도로 사육 허가가 이루어졌고, 동물원법이 제정된 2017년 이전부터 사육하던 개체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육 시설 역시 2015년 허가가 이루어졌다고 했다. 현재는 야생생물법에 의거하여 CITES에 속한 동물은 개인 사육이 불가하나, 이번에 탈출한 사자는 법이 마련되기 전부터 사육한 동물로서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법 사항이 없었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실한 체계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동물의 본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20년 넘게 동물을 길러도 지금의 법으로는 아무런 규제도 할 수 없다. 어떠한 충족도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죽음보다 나을 게 없었을 지난 시간은 이번 사자 탈출 사건이 어쩌다 발생한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해당 시설은 맹수류인 사자가 산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비좁았고, 그 안에는 동물이 무료함을 해소하거나 습성을 충족할 수 있는 조형물 하나 놓여있지 않았다. 생전 모습을 찍은 영상에서는 사자가 발로 먹이통을 연신 긁는 행동을 보였고, 총에 맞아 죽은 사자의 사체는 비쩍 마른 모습이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해당 시설이 사자를 사육하기에는 부적합했고 동물 복지 차원에서 동물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음에도 현재 우리 법으로는 그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
포획 과정은 또 어떠한가. 허술한 현행법은 전국 곳곳에 야생동물 사육·전시 시설이 산재하도록 방치했으나, 정부는 몇 개의 시설에서 얼마나 많은 동물이 사육되는지 파악 조차 못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동물전시시설 등에서 동물 탈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음에도, 그들을 인도적으로 포획하는 방법이나 포획한 동물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안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탈출한 동물을 죽이고 모든 게 마무리됐다는 식의 대응책은 우리 사회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계속 반복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에 탈출하여 사살당한 사자 ‘사순이’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비좁은 철창 속에 갇혀 살았다. 야생에서의 본능은 커녕 생명이라면 응당 주어져야할 기본적인 권리마저 모조리 빼앗긴 채 고달프게 견뎌내야했던 20여 년의 세월은 차마 그 고통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탈출 후 고작 한 시간, 생전 처음으로 느꼈을 자유는 결국 죽음으로 이어졌다. 동물자유연대는 더 이상 이 같은 탈출과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에 야생동물 사육 기준 강화를 요구한다. 더불어 야생동물이 시설을 이탈할 시 사살이 능사라는 인식을 버리고 인도적인 포획을 위한 전문화된 대안 수립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애달픈 생을 살다간 사순이의 마지막에 애도를 전하며, 지금쯤은 드넓은 벌판을 힘차게 달리며 이 생의 고통은 모두 잊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