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소동물 전시, 몸집은 작아도 고통의 크기는 다르지 않습니다

전시·야생동물

소동물 전시, 몸집은 작아도 고통의 크기는 다르지 않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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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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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의식의 성숙과 함께 동물 전시에 대한 문제 의식 역시 높아지면서 동물자유연대에도 전시 동물 제보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각 개체별 습성과 본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설에 동물을 가두고 돈벌이를 위해 전시하는 행태는 동물에게 극도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안겨줍니다. 이러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동물원법이 제정되었지만, 개체별 시설 기준이 부재한 반쪽짜리 법안으로는 전시 동물의 복지를 충족하기에 역부족입니다. 

사자, 호랑이와 같은 맹수부터 높은 지능을 가진 고래류까지, 국내 수 많은 전시시설에서 다양한 종의 동물이 전시에 이용당하며 고통받지만, 비교적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바로 체구가 작은 소동물들입니다.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등과 같은 소동물은 그 어떤 동물보다 손쉽게 전시에 이용되고 있지만,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관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귀는 뜯기고 뱃속에는 모래알만 가득 


최근 동물자유연대에서 구조한 토끼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모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사육 시설에 심각한 상해를 입은 토끼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방문한 현장이었습니다. 현장 확인 결과 상처를 입은 토끼 뿐 아니라 전반적인 사육 환경이 극도로 열악했습니다. 사육장은 비위생적이었고, 개체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는 물론 성별 분리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먹이와 물 조차 적절히 공급되지 않았는지 구조한 개체를 병원에 데려가 엑스레이를 촬영한 결과 토끼의 뱃속에는 먹이 대신 돌멩이와 모래만 차있었습니다. 



급여, 급수가 이루어진 흔적이 없는 먹이통


그 중 건강 상태가 가장 심각한 토끼는 이동장에 넣기 위해 손으로 잡는 것 마저 걱정될 만큼 온몸이 만신창이였습니다. 보통 온순한 동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영역동물인 토끼는 사육 환경에 따라 죽음에 이를 만큼 격렬한 영역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토끼의 경우 사육장 안에서 가장 약한 개체였는지 다른 토끼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은 탓에 온 몸은 물린 상처로 성한 곳이 없었고, 두 귀는 모두 뜯겨나간 상태였습니다. 몸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다른 개체들과 격리 조차 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다른 토끼들의 공격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했습니다. 현장 방문 후 동물자유연대의 문제제기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리조트 측은 이제서야 중성화 수술 등 사육 관리를 개선하고, 모두 입양을 보낸 다음 시설을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너무 늦은 조치이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올바르게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모든 토끼들이 적합한 입양처를 찾을 수 있도록 단체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상해를 입은 채 오랜 시간 사육장에 방치된 토끼



다른 토끼들의 공격으로 피부와 두 귀가 뜯긴 모습


전시 시설 관리,감독해야 할 지자체까지 소동물 전시에 앞장서


적절치 않은 환경에서의 소동물 전시 문제는 비단 이곳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최근 동물자유연대가 현장 조사한 순천만국가정원의 경우 토끼와 기니피그를 한 우리 안에 합사하여 사육하고 있었습니다. 토끼와 기니피그는 신체구조부터 필요한 영양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합사가 적절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소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우리에 합사한 것입니다. 당연히 그 안에서 각 개체별 특성과 습성에 따른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토끼와 기니피그는 무척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해 같은 종끼리라도 합사를 할 때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에서조차 소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전시에 이용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가평군에서 관리하고 있는 자라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라섬에서도 중성화 수술 없이 토끼들을 방사 사육하고 있어 무분별한 번식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급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개체들 간의 영역 다툼 또한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습성이 다른 토끼와 기니피그를 한 우리에 합사한 순천만 국가정원


이처럼 토끼를 포함, 소동물은 적당한 장소에 풀어두면 알아서 잘 살아갈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기가 작으니 그들의 고통 또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족한 인식의 결과입니다. 지금의 동물보호법이나 동물원법은 이를 명백한 위법사항으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지자체에 적절한 관리, 감독을 요구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동물 전시 시설의 적합성을 감시하고 관리해야하는 지자체마저도 동물을 전시에 이용하며 부적합한 시설에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개체 간 공격, 무분별한 먹이 체험에 대해 관리가 미비한 가평 자라섬 토끼 사육장


몸집이 큰 대형동물이나 지능이 높은 동물조차도 비좁고 열악한 시설에 갇혀 전시와 체험에 이용되는 현실에서 소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무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몸집이 작다고 해서 그들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까지 미약한 것은 아닙니다. 크기가 작다고, 혹은 우리가 감정 표현을 읽기 어려운 동물이라고 해도 모든 동물은 심신의 고통이나 불편,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감의 범위에서 벗어난 동물까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될 때에야 우리 사회는 비로소 진정한 공존을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소동물을 비롯한 모든 종의 동물 전시에 반대하며, 동물원이 돈벌이가 아닌, 동물의 보존과 보호의 목적으로만 존재하는 날까지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동물 착취가 일상이 되어버려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소동물까지도 각자의 습성에 맞게 자연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