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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루가]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 ③ 영화 '블랙피쉬'를 통해 살펴보는 벨루가가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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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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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거제씨월드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가시기도 전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 벨루가 '루이'와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큰돌고래 '고아롱'의 폐사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며 수족관 고래류 사육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꾸준히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에 의해 야생에서 포획돼 평생을 쇼 돌고래로 이용당하고, 비좁은 수조에 수십 년을 갇혀 학대받은 한 범고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있어 눈길을 끕니다. 바로 미국 씨월드 범고래 문제를 다룬 「블랙피쉬」라는 다큐영화인데요. 이 영화는 2013년 개봉해 쇼에 동원되는 고래가 본성을 억압 당하며 겪는 엄청난 고통을 세상에 알려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블랙피쉬에 등장하는 범고래 틸리컴과, 국내 수족관에서 전시되는 고래들은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닮아있습니다.


블랙피쉬, 죽음으로서 찾은 자유

영화 '블랙피쉬'는 쇼를 위해 포획된 범고래들이 조련사를 공격하는 영상과 함께 사고가 일어나기까지 범고래가 겪었던 과정을 스릴러 형식으로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범고래 '틸리컴'은 1983년 아이슬란드 해안에서 포획돼, 1992년부터 세계 최대 수족관 미국 씨월드의 간판 프로그램인 샤무쇼에 이용된 범고래입니다.


일반적으로 생포된 고래는 수족관에 옮겨진 후, 수 일 동안 굶겨져 죽은 먹이에 강제로 적응시키는 순치 과정을 거칩니다. 야생에서 포획돼 미국 시랜드의 좁은 수족관으로 옮겨진 범고래 틸리컴 또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시랜드에 옮겨진 틸리컴은 특유의 친절함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습니다. 틸리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암컷 범고래들과 쇼를 위한 훈련을 받게 되고, 조련사는 아직 훈련에 길들여지지 않은 틸리컴을 이미 오랜 수족관 생활로 훈련에 길들여진 다른 범고래와 팀을 구성해 똑같이 행동할 것을 주문합니다. 틸리컴이 주문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면 범고래 둘 모두에게 먹이를 주지 않고 굶기며 벌을 주는 방식의 훈련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틸리컴에게 화가 난 다른 범고래는 틸리컴을 공격합니다. 언제나 틸리컴의 온몸은 할퀴어진 자국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른 고래가 이빨로 긁은 자국으로 가득했습니다.




결국 시랜드에서 예민해진 틸리컴으로 인해 조련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시랜드는 결국 틸리컴을 미국 최대 수족관 씨월드로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틸리컴은 이곳에서도 암컷 범고래들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는 고래류 생태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인간에 의한 무분별한 합사의 결과로, 전문가들은 고래 무리마다 행동 세트나 문화가 완전히 다르기에 서로 다른 범고래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조차 상이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씨월드는 야생에서 포획한 개체를 마구잡이로 섞어 인위적인 무리를 만들고, 이곳의 고래들이 한 가족을 형성했다고 소개합니다. 신경 과학자 로리 마리노는 "성장 환경이 다른 고래들을 같은 공간에서 사육할 경우 서로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공격성이 급증하고, 난폭해질 뿐만 아니라 서로 죽이기까지 한다"고 말하며 이는 야생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라고 지적합니다.



결국 씨월드에서도 지속적으로 암컷들의 공격을 받았던 틸리컴은 쇼가 끝나면 늘 가로 6m, 깊이 9m 크기의 깜깜한 풀에 갇혀 격리 생활을 했습니다. 틸리컴은 매일 좁은 수조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지 잘 알기 때문에 그곳으로 들어가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련사는 들어가지 않는 틸리컴에게 먹이를 주지 않고 굶기며 감옥 같은 좁은 강철 상자에 들어가야 먹이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력 시킵니다. 틸리컴은 깜깜한 금속 풀 안에서 인생의 3분의 2를 보내야 했습니다.


미국 씨월드의 범고래 쇼 중단, 그리고 틸리컴의 죽음

결국 감옥 같은 수족관 생활에 예민해진 틸리컴은 수석 조련사 두 명을 포함한 총 3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고, 이 때문에 '살인 범고래'라는 오명을 안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틸리컴이 사람을 죽인 이유가 좁은 수조에서 살며 강제적으로 쇼에 동원되며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라고 말합니다.


잇따른 조련사와 범고래의 죽음으로 시민과 동물단체의 뭇매를 맞은 미국 씨월드는 2016년 3월, 범고래 번식 및 새로운 개체 유입을 중단하고 해양동물보호를 위한 파트너쉽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고래류 포획이 금지된 국가로 그동안 씨월드는 고래류 번식을 통해 전시와 쇼를 지속해왔기 때문에, 당시 씨월드의 발표는 고래류 전시를 단계적으로 종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결단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2017년 샌디에고에 위치한 씨월드 11마리를 시작으로 2019년 샌안토니오 5마리, 그리고 올랜드 7마리에서 순차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 씨월드의 발표가 있던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범고래 보호법(Orca Welfare and Safety Act)을 제정, 교육 목적이 아닌 범고래의 전시와 공연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현재 수족관에 억류되어 있는 고래의 복지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미국 국립 볼티모어 수족관은 2023년까지 생츄어리를 조성, 현재 전시 중인 큰돌고래를 생츄어리에서 보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돌고래 사육과 전시를 축소하고 고래류를 위한 생츄어리를 조성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 추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17년, 틸리컴은 결국 고향인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샌디에고 씨월드의 마지막 범고래 쇼가 열리기 이틀 전이었는데요. 틸리컴은 죽음으로서 30여 년 간의 감옥 생활을 끝내고, 자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해외 수족관은 지금

해외에서는 이미 수족관과 전시 고래류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고래 사육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는 정부 규제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1993년부터 수족관에서 해양포유류가 사라졌습니다. 또한 캐나다는 2018년 오랜 시간 고래류를 전시해오던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 수족관 고래의 사육과 전시 중단을 발표한데 이어, 2019년 캐나다의회에서 마침내 고래와 돌고래 등 모든 고래류의 사육을 금지하는 프리윌리 법안(S-203)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외에도 볼리비아, 칠레, 코스타리카, 크로아티아, 사이프러스, 헝가리, 인도, 니카라과, 슬로베니아, 스위스 등 전 세계 1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살아있는 고래의 무역 금지를 통해 고래 전시를 불허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래류의 수족관 전시, 쇼 금지는 세계적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정부도, 수족관을 운영하는 기업도 어떠한 조치나 결단 없이 국내 수족관의 31마리 고래들은 여전히 좁은 수조에서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범고래 '틸리컴'과 닮아있는 한화 벨루가 '루이', '루오', '루비'

다른 개체의 공격을 받아 온몸에 부상을 입고, 결국 죽음으로서 자유를 찾은 틸리컴의 모습은 넓고 푸른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채 비좁은 수조에서 죽음을 맞이한 한화 아쿠아플라넷 벨루가 루이를 비롯, 보조 수조에 장기간 격리된 채 살아온 루비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습니다. 어쩌면 한화는 미국 씨월드가 지난 몇 십 년간 경험했던 과오를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벨루가]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  ① 벨루가는 바다로 가야합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은 이미 지난 2012년 당사 수족관이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기관'으로 지정된 점을 이용, 정치망에 걸린 푸른바다거북을 치료 명목으로 데려와 2년 간 전시 목적으로 이용한 바 있습니다. 이후 2016년부터 롯데아쿠아리움의 벨루가 벨로, 벨리의 죽음을 통해 수족관에서 전시 목적으로 동원되는 고래류의 비극적 선례를 지켜봐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벨루가 루이를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에 남아있는 벨루가 루비 또한 오랜 보조 수조 격리 생활로 인한 면역력 약화와 각종 질병 발생, 척추 만곡증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는 등 건강 상 문제가 오랫동안 지적되어 오고 있습니다.

📂 한화 아쿠아플라넷, 9월 27일 푸른바다거북 방류 결정

우리는 지난 10년 간 국내 수족관 고래류의 절반인 30여 마리 고래들의 죽음을 지켜봐왔습니다. 한화가 계속해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국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벨루가 방류에 대한 결단을 미룬다면, 머지 않아 남아있는 벨루가 루오, 루비의 죽음으로 더욱 무겁고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한화는 더 늦기 전에 벨루가 생츄어리 보호 및 자연 방류를 위해 적극 협조하여, 대기업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마땅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루이의 죽음 이후 동료단체들과 함께 남은 벨루가 루오, 루비의 방류를 적극적으로 촉구해왔습니다. 한화는 벨루가 방류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즉각 응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