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강원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산불은 강한 바람을 만나 더욱 거세졌고, 민가를 덮치며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앗아갔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피해 규모에 동물자유연대는 동물들의 피해를 우려할 수밖에 없었고, 산불 발생 다음 날인 12일 현장을 찾았습니다. 개, 고양이, 닭, 염소 등 소중한 것을 잃은 건 우리 인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닭과 염소 등 축산물로 분류되는 농장 동물들의 피해가 가장 컸습니다. 새까맣게 타 죽은 동물들은 이름 없이 번호로만, 가격으로만 불리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축이라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 걸어 잠근 문이 농장 동물들을 화마로부터 도망가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 띄어 구조된 동물들도 있습니다. 현재 동물자유연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고양이 ‘모아’와 개 ‘이솔이’ 입니다.
모아는 산불이 발생한 11일, 전소된 집 앞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을려 버린 털과 짧게 타버린 수염, 몸에서 풍기는 탄 냄새는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모아는 불길을 잘 피했던 것인지 온몸에 회색 재가 내려앉은 듯 보였는데, 크게 다친 곳은 없다는 소견이었습니다. 네 발바닥 모두 불에 데었지만, 연고를 발라주면 괜찮은 정도였고 폐나 빈혈 등의 검사에서도 건강상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었습니다.
개 ‘이솔이’는 산불이 발생하고 나서 시간이 꽤 흐른 뒤인 16일에 발견되었습니다. 위급한 상태였던 이솔이는 구조 당일, 늦은 밤 응급치료를 위해 원주까지 이동해야 했습니다. 당시 고개를 들다가도 금세 기력 없이 누워있을 만큼 상태가 위중했기 때문입니다.
두 눈은 뜨기도 힘들 정도로 짓물러져 있었고, 온몸은 화마가 한 번 휩쓸고 지나간 듯 화상이 자리 잡아 이솔이를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했는지 몸 이곳저곳에는 타박상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눈과 온몸 곳곳의 화상들. 그 외에도 심장사상충, 췌장염, 라임병 등의 질병 또한 치료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그래도 이솔이가 몸을 핥고, 밥을 먹는 것을 보면 잘 이겨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냈던 이솔이기에 이번에도 힘든 시간을 다시 한 번 이겨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동물자유연대는 그 시간을 이솔이가 외롭지 않도록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솔이와 모아 모두 건강을 완전히 회복해 가족의 품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함께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