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로 수많은 산림과 가옥이 불에 타 극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재민들은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고, 이는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의 피해를 조사하고 구호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어제(12일) 현장을 찾았습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 켄넬과 목줄, 사료, 물 등을 구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차에서 내려 피해 지역을 둘러보니 건물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고, 유리창은 산산조각이나 바닥 곳곳에 모래처럼 깔려있었습니다. 주불 진화가 완료되었지만, 잔햇더미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개들이 목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겁에 질려 돌아다녔다는 주민의 말은 활동가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습니다.
잿더미가 되어버린 집 앞에 앉아있는 고양이와 인식표를 한 채 돌아다니는 개들이 현장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어떤 개는 다리를 절뚝이고 있었고, 어떤 개는 활동가가 챙겨주는 사료와 물을 허겁지겁 먹으며 배를 채웠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큰 상처는 없어 보였고, 현재는 지자체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산불을 진화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동물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목줄을 끊어주신 소방대원들과, 구조하는데 힘써주신 강릉시. 그리고 지역 내 동물단체 활동가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그러나 가슴 아픈 소식들도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대피하는 과정에서 반려동물을 놓쳤고, 평소 길고양이의 밥을 챙겨주던 주민은 화상 입은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도 현장에서 까맣게 타죽은 동물들을 확인했습니다. 장에 갇혀 죽은 닭들이 가장 많았고, 염소로 보이는 동물들도 있었습니다. 고통스럽게 죽어간 동물들의 명복과 평안을 빕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산불 피해 동물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동물의 치료나 보호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계속 강릉시와 소통해나가며 도움이 절실한 동물들을 위한 활동을 이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