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남양주 개물림 사고에 대한 동물자유연대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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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개물림 사고에 대한 동물자유연대의 입장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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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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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떠한 말씀으로도 부족하겠지만 안타까운 사고에 깊은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 분들께 애도의 말씀을 전합니다.


개물림 사고가 반복되며 피해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사고를 일으킨 동물에 대한 처벌성 대처만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개물림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수립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해왔습니다


개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모든 개에 대해 동물 등록을 의무화하여 개농장 개들을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현 상황을 바로잡고, 야외에서 방치한 채 사육하는 개들에 대해서도 중성화 지원, 교육 등을 통해 관리 책임 의무를 강화해야 합니다. 개물림 사고 발생 시 합리적 판단을 위한 절차 또한 제도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필요성은 개를 죽여야 한다는 분노 어린 여론에 묻혀 늘 무시되어 왔습니다.


우려한대로 이번에도 역시 동일한 상황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언론과 일부 시민들은 범죄자에 대한 처벌에 비유하며 사고를 낸 개의 안락사만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개물림 사고를 인간이 일으킨 고의적인 범죄 행위에 빗대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사항은 다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생명에 대한 존중 역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개물림 사고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견주조차 찾지 못한데다 포획 후 확인 결과 목줄이 목을 파고든 흔적이 보였습니다. 사육 현장에서 탈출해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면서 지속적인 고통을 겪은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개의 공격성을 교정 불가한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국내에는 개의 기질을 정확하게 판단하여 처분을 결정할 어떠한 규정이나 제도 조차 마련되지 않은 형편입니다.


개물림 사고로 인한 안락사를 허용하는 해외의 경우에도 사고 발생 시 무조건 안락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 관련 법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 발생시 안락사를 고려하는 경우는 1. 광견병 감염이 확인된 개, 2. 최소 2번 이상 별도의 개물림 사고를 발생시킨 개, 3. 한번의 사고로 심각한 상해를 입힌 개에 한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무조건 안락사를 시키지는 않습니다. 위 사례에 해당하는 개들의 안락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개가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청문회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이 청문회에서는 과거 사고 이력, 피해의 심각성, 사고 당시 피해자의 행동, 개의 행동 교정 가능 여부 등을 면밀히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며, 견주는 이 결과에 대해 항소할 권한을 가집니다. 또한 미국의 다른 주나 독일 등의 국가에서도 이와 유사한 체계를 마련하여 개의 처분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사고를 일으킨 개를 죽여 사건을 마무리하는 단순한 대처에서 벗어나,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개체에 대한 기질을 판단하고 적합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국내에는 아직도 개를 식용으로 사육하는 불법 개농장이 산재해 있고, 야외에서 사육하다 방치되는 개들 또한 많습니다. 이들은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단절된 채 야생화하면서 떠돌이개로 살게 됩니다. 이 같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반복하는 것은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없었던 동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대처입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피해 역시 막을 수 없습니다.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무조건 개를 죽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득이한 경우 제한적 안락사도 허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는 안락사가 정말 필요한 경우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와 절차가 부재합니다. 안락사 시행은 피해를 발생시킨 동물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사회의 안전, 동물의 생명에 대한 무게, 여러 전문가 집단의 의견 등 전반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은 개의 죽음을 논하기에 앞서, 다시는 그 누구도 안타까운 사고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예방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개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개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본질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사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할 것입니다. 개라는 동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사회 안전과 생명에 대한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근본적 대안 마련을 위해 동물자유연대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