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는 물건, 혹은 필요없는 물건을 팔기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동물을 파는 게시글을 본 경험, 있으신가요? 많은 분들이 이용하시는 중고거래 사이트 <번개장터>에서도 동물 판매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번개장터 검색창에 ‘분양’을 검색해보면 차단된 검색어로 확인되지만, ‘애완’, ‘반려’ 카테고리로 들어가면 ‘분양’이라고 쓰인 게시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연관상품으로 또 다른 사람이 분양하는 동물들이 함께 보이기도 합니다.
허가 및 등록번호 확인없이 거래되는 동물들..불법이 판치는 온라인 동물판매
온라인을 통한 동물판매는 다양한 판매자들이 있습니다. 1) 매장을 운영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동시에 동물을 광고하는 동물판매 업체, 2) 소규모 가정분양, 3) 동물생산업을 겸하면서 직접 동물을 판매하는 업체, 4) 허가도 등록도 받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동물을 생산, 판매하는 곳도 있습니다. 판매자들은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중고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동물판매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중개사이트를 이용하여 동물을 판매합니다. 계약서 작성 의무를 공지한 곳도 많지만, 허가 및 등록번호 미기재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이 온라인 동물판매의 실상입니다.
동물자유연대가 파악한 바, 일주일 동안 번개장터에 게재된 동물판매 게시글은 최소 열개 이상 이었습니다. 게시자 중에는 펫숍을 운영하는 등록된 동물판매업 업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개인이 ‘가정분양’의 이름으로 수 십만원의 금액을 부르며 개와 고양이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동물판매 등록 및 동물생산 허가 업체 역시, 일부는 온라인 판매 시 등록 및 허가번호를 알리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온라인 동물 판매는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허가받은 업체만이 가능하며 동물보호법에 따라 등록번호, 업소명, 주소 및 전화번호를 반드시 명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번개장터 및 중개사이트에 게재되는 대부분의 동물판매 홍보글에는 이와 같은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운영진 차원의 모니터링 및 안내도 없는 전무하거나 검색 키워드 제한과 같이 소극적인 수준입니다. 또한 SNS 역시 불법 동물생산, 판매업체들의 주요 통로입니다. ‘강아지 고양이 분양’, ‘순수가정견’, ‘교배’, ‘전문켄넬’ 등의 태그를 검색하면 쉽게 관련 판매글이 검색되지만 대게는 생산업 허가번호, 판매업 등록번호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동물을 팔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허가와 등록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동물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으로, 불법 동물생산,판매업자들에게 온라인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환경임이 틀림없습니다.
‘최저가’, ‘배송’, ‘가격 협의 가능’...물건처럼 다뤄지는 생명들
또한 동물을 쉽게 팔 수 있는 환경은 누구든 동물을 쉽게 살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클릭 한번으로 신상, 중고물품을 사고 팔 듯 생명을 살 수 있는 환경은 무책임한 동물입양을 부추깁니다. 누군가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더 싼 가격으로 분양가 흥정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분양 중개 사이트에서는 ‘최저가’로 올려진 동물들을 찾기도 합니다. 간단한 계약서를 쓰거나 그마저도 쓰지 않고 동물을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문앞에 도착하는 택배처럼 집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하는 분양글은 생명이 얼마나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농림부, 영업자 외 온라인 판매 홍보 금지...불법 동물생산판매업 퇴출로 이어져야
동물판매량이 상당하고 불법 업체를 추적하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동물판매 행위는 정기적인 모니터링 및 불법 업체에 대한 적발, 제재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올해 초 농림부는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이러한 온라인 동물판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담았습니다. 반려동물 영업 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반려동물 판매 관련 인터넷 광고를 제재할 것을 발표하며, 합법적 영업자 외 온라인으로 반려동물을 판매, 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통해, 불법 동물생산판매업자들이 사용하는 주요 루트인 온라인 동물판매를 차단하여 퇴출하고 무책임한 동물입양 또한 감소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 영업자 외 광고를 막는다 하더라도 ‘입양홍보’의 형태로 불법적으로 동물을 판매하는 행위도 벌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번개장터, 당근마켓과 같은 많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자체적으로 동물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위한 모니터링 및 스크리닝을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물판매 중개사이트의 경우에도 농림부 계획과 같이 허가/등록된 업체만이 관련 글을 게재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동물판매와 관련하여 동물생산업체 정보가 포함된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할 것을 모든 이용자에게 공지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들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으며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온라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이라는 ‘생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편리함 보다는 신중하고 불편한 일이 되어야 합니다. 동물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법망을 피한 동물판매는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온라인 동물판매 규제를 통한 불법동물생산판매 퇴출과 건강한 동물입양 문화 조성을 위해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며 동물자유연대도 관련 문제제기와 대안마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