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국내 최대 규모의 유기축산 농장 방문기

농장동물

국내 최대 규모의 유기축산 농장 방문기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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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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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유기축산 농장, 제주 청초밭 영농조합법인을 가다
- 유기축산을 포함, 동물복지형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유기축산 농장인 청초밭 영농조합법인 농장. 300만평에 달하는 넓은 땅에 소, 돼지, 닭, 오리 등 1260만 마리의 동물을 방목 사육하고 있는 곳입니다. 농장 부지를 차로 달리며 본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는 돼지들의 모습은 마치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구경하는 느낌을 전해 줄 정도였습니다. 농장동물을 사육하는 모든 농장이 이와 같이 변화되기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비좁은 사육장이 아닌, 자연에 가까운 넓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동물을 사육하는 기존의 방식에 시급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친환경’이 한국 축산 정책의 주요한 기조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막대한 양의 축산 폐수 발생,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 위기, 농장동물의 대량 폐사를 유발하며 인간과 동물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의 확산 등이 큰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축산업의 미래는 과거 생산성 위주의 관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쪽으로 서서히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농장동물의 복지 측면에서도 이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친환경 축산은 가축 사육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거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경관을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축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시킨다는 동물 복지의 개념 또한 일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국내 축산 현장에 도입된 ‘친환경’의 개념이 가축 분뇨의 처리에 주로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범 사업이 농장동물의 복지에 크게 기여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정부의 정책 발표와 언론 보도 등에 농장 동물복지가 언급되는 빈도는 크게 늘어났고, 이와 관련된 많은 작업들이 현재 시험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동향,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을 통해서 농장에서의 동물 복지가 점차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는 것에 비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아직 넓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뢰성 있는 동물복지 기준이 아직 자리 잡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적 현실을 고려해야한다는 명목으로 자칫 불완전한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이 관행으로 정착할 위험도 충분히 있는 것입니다.

최근 어느 소비자 시민 단체에서 발표한 유기농 우유와 일반 우유의 성분 조사 결과가 언론을 통해 비중있게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우유에 함유된 영양성분을 분석한 결과, 두 제품의 가격 차이에 비해 제품의 차이가 없는데 기업만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고, 기사를 접한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축산물 생산과정에서 농장동물의 복지를 고려해야한다는 주장 역시 비슷한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고기, 우유, 달걀의 영양 성분이라는 결과를 놓고 볼 때 이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별다른 이익을 주지도 않으면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물론 인증에 합당한 기준을 갖추지 못한 제품이 인증이 부여하는 이미지와 가치를 내세워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면 해당 기업이나 생산자의 부도덕성은 반드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거대한 축산물 유통 시스템 내에서 가장 약자는 기업도 소비자도 아닌 동물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단지 사람이 생산자 혹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범위를 떠나 동물의 입장에서도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도 달라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청초밭 영농조합법인 농장의 돼지들이 진흙 웅덩이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변 풍경과 너무 동화되어 구분이 되지 않아 흰색 원으로 돼지들이 엎드려 있는 곳을 표시했답니다~ 

단지 ‘고기’나 ‘육가공품’이라는 제품으로서의 등급이나 가치뿐만 아니라 이것이 만들어지는 환경이나 방식 등을 모두 포함, 윤리적 가치 또한 반영하는 새로운 품질 기준이 산업계에도,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 과정에서도 자리잡아야 합니다. 아직 선택의 범위는 좁지만, 장을 볼 때나 음식을 고를 때 관심있게 살펴봐주세요. 국내에서도 그 입지가 보다 넓어질 동물복지 인증, 동물복지상태가 평균적 수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유기축산물 제품들에 관심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지불하는 돈만큼, 동물들의 삶에 지워진 고통의 무게도 얼마간은 줄어들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생산자들에게 더 나은 동물복지 기준을 농장에서 지켜줄 것을 요구하세요. 이를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댓가는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먹는 것을 위해 태어나는 동물들이 겪게되는 고통에 비하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