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PROJECT FREE: THE BEAR] 자연 속의 재미를 찾아 주는 해먹 선물 – 곰벤져스표 해먹 전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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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FREE: THE BEAR] 자연 속의 재미를 찾아 주는 해먹 선물 – 곰벤져스표 해먹 전달기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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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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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FREE: THE BEAR] 사육곰을 위한 작지만 큰 선물 – 곰벤져스표 해먹 전달기


525마리 사육곰의 든든한 지원군, 곰벤져스가 만든 해먹을 기억하시나요? 곰벤져스와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공주대학교, 건국대학교 학생들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만들었던 해먹을 드디어 지난 주 사육곰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곰벤져스와의 설레는 첫 만남, 그리고 해먹 만들기 활동▶https://www.animals.or.kr/campaign/zoo/47580)


본래 숲 속을 거닐며 나무 위에 올라가고 과일을 찾아 먹으며 살아야 하는 곰들이 야생에서의 습성을 박탈당한 채 좁은 철창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정말로 끔찍합니다. 그런 사육곰에게 흔들고 놀 수 있고 올라가 쉴 수도 있는 해먹은 단순하지만 텅 빈 철창 안 삶의 소소한 재미입니다.


지난 목요일 동물자유연대는 곰보금자리 프로젝트와 함께 곰벤져스의 마음이 담긴 해먹을 선물하기 위해 전남 보성의 한 사육곰 농가를 방문했습니다. 이 농가는 현장조사를 진행했던 곳으로 10세 이상의 5마리의 사육곰이 살고 있었습니다. 5마리의 사육곰이 생활하고 있는 철창은 덩치에 비해 좁은 뜬장이었고 철창 안에는 곰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습니다. 

4개의 철창 안에 4개의 해먹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곰들을 한 철창으로 이동시켜야 했습니다. 농장주에 따르면 농장에 온 이래로 곰들은 철창 건너 서로를 직접적으로 마주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곰들을 분리하던 격벽이 처음 열리게 된 것이죠.


평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냄새를 맡으면 살아왔다 하더라도 합사는 자칫하면 큰 싸움으로 번져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었습니다. 서로 싸울 확률이 적었지만, 혹시나 모를 싸움을 말리기 위해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은 물을 뿌릴 호스와 막대기를 들고 긴장하며 합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조심스럽게 곰들을 갈라놓고 있었던 격벽을 열고 드디어 곰들이 서로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목탁과 같은 혀 차는 소리가 서로에게 들리자, 비로소 활동가들은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소리는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서로에 대해 적대감이 없음을 알리는 곰 특유의 소통 방법으로, 탐색을 마친 곰들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 뒤엉켜 신나게 놀았습니다.

무사히 합사를 마치고 해먹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곰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먹은 그 크기와 무게가 상당했습니다. 활동가들은 곰들이 신나게 가지고 놀아도 해체되지 않도록 철창에 해먹을 튼튼하게 매달았습니다. 해먹이 설치되자 감옥과도 같았던 철창이 조금은 달라 보였습니다. 


해먹을 설치하는 동안 곰들에게는 맛있는 단호박 특식이 주어졌습니다. 매일 허겁지겁 먹던 사료 대신에 곰들은 처음으로 동글동글한 단호박을 손에 쥐었습니다. 단호박을 굴려보고 이리저리 만져가며 천천히 단호박을 먹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그리던 호기심 많은 자연 속 곰의 모습이었습니다. 

곰들이 해먹을 처음 만난 순간, 과연 곰들은 해먹을 어떻게 했을까요? 처음 본 해먹이 신기한 듯 잡아당기고 입으로 물어 뜯기 시작하더니, 설치한 첫 해먹이 금방 망가졌습니다. 과연 곰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좀 더 튼튼하고 큰 해먹을 다시 설치해주었습니다. 두 마리의 곰이 해먹을 이리저리 흔들더니, 뒷발을 올리고 해먹에 쏙 올라가는 곰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편안하게 해먹을 이용하는 곰의 모습은 죽음을 기다리는 무기력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영특하고 귀여운 곰이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선물이 곰들의 단조롭고 우울한 삶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이 조차도 누릴 수 없는 많은 사육곰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식을 탐색하고 천천히 놀면서 먹는 것, 해먹을 흔들며 놀고 올라가 쉬는 것, 통나무를 굴리고 노는 것 모두 ‘동물행동풍부화’의 한 예입니다. 동물행동풍부화란,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갇혀 사는 동물들이 야생에서 보이는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최대한 나타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사회성풍부화, 인지(놀이)풍부화, 환경풍부화, 감각풍부화, 먹이풍부화로 구성된 행동풍부화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사육곰에게 주어지는 단호박과 철창에 설치된 해먹과 같은 간단한 것들만으로도 사육곰의 행동풍부화를 돕는 동시에 사육곰의 복지를 조금이나마 증진할 수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마당에는 사육곰 해먹을 만들기 위한 폐소방호스가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부지런히 만들어 해먹을 기다릴 다른 사육곰에게도 선물할 계획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앞으로도 사육곰 행동풍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525마리 사육곰이 곰다운 삶을 찾을 수 있는 그날까지, 함께 지켜봐 주세요!





댓글


꾸냥꼼 2019-05-30 16:12 | 삭제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하고 너무 맘 아프네요


민수홍 2019-05-30 16:19 | 삭제

정신이 번쩍 드네요.
동자련의 활동을 내가 왜 자랑스럽게 믿고 지지하는지를 새록이 느낄 수 있어서 말이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미슈미슈 2019-05-31 07:18 | 삭제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웨스트 2019-06-03 14:09 | 삭제

사육곰들의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먹으로 곰들이 저 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 참 보기 좋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모든 동물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김민건 2019-06-04 09:06 | 삭제

정말 멋집니다. 저도 해먹만들기에 동참해보고 싶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