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반려동물] 고성 산불 1년, 화마의 현장을 다시 찾다 ① 남은 동물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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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고성 산불 1년, 화마의 현장을 다시 찾다 ① 남은 동물들의 이야기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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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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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을 덮친 초대형 산불, 1년만에 다시 찾은 현장

2019년 4월 4일,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한 도로변 전선에서 불꽃이 일어났습니다. 전날 저녁부터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고성은 4일 대형 태풍급 강풍이 불고 있었는데요. 불꽃은 금새 큰 불이 되어 산으로 번졌고, 초기 진화에 실패하며 산불은 고성군 시내로 확산되었습니다. 초대형 산불이 일으킨 피해의 규모는 어마어마 했습니다. 2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를 낸 거대한 화마는 1,757ha에 달하는 산림을 태우고 주택과 시설물 총 916곳을 전소시키는 피해를 냈습니다. 고성, 속초, 강릉, 동해 4개 시·군에 걸쳐 이재민 562세대 1,205명이 발생, 인근에 거주한 4,000여명이 긴급히 대피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고성 산불은 인명 피해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화마의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피해 입었을 야생동물, 그리고 짧은 줄에 묶여 있거나 갇혀 있었을 동물 무려 4만 3천여 마리가 생명을 잃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었는데요.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화재 발생 후 가장 피해가 컸던 고성군청과 토성면사무소 관계자 그리고 지자체 동물보호 담당관과 소통하며 피해상황과 범위를 확인하는 동시에, 고통받는 동물들을 최대한 빠르게 구호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총 5차에 걸쳐 강원도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표1] 2019년 고성 산불 당시 동물자유연대 구호활동 및 지원 내역

고성 산불 피해동물에 대한 치료 지원 프로그램 진행과 동시에 화재 현장을 탐문하고 사료와 생수, 견사 등을 긴급 지원했습니다. 대피소의 반려동물 동반 출입 불가로 어려움을 겪는 반려묘 보호자를 위해 활동가들이 직접 대피소 옆에 묘사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뜬 장에 갇혀 뜨거운 불길을 온 몸으로 감당해야만 했을 개 농장 개들을 포함해 피해동물 10마리를 구조해 치료를 진행하고, 입양을 지원함과 동시에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온과 외부 위탁처에서 보호 중에 있습니다.

강원도 지역을 덮친 초대형 산불, 그후 1년.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는, 그리고 지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동물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화재 후유증을 이겨내고 있는 남은 동물들

동물자유연대는 고성 산불 1년만에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화재 피해지역의 회복 정도를 확인하고, 당시 지원을 받았던 동물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는데요. 다시 찾은 고성은 복구를 위해 마을 전체가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화재의 흔적을 모두 벗어내지는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은 1년 전 피해동물을 만나고 지원했던 동선을 따라, 남은 동물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직 산불 피해 이전으로 온전히 돌아가지 못한 고성의 모습

교회 예배 중 키우던 개들이 짖어 교인들이 무사히 화마를 피할 수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던 산불을 향해 맹렬히 짖어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던 백순이, 진돌이, 검돌이. 백순이는 스스로 목줄을 끊고 도망 갔지만, 진돌이와 검돌이는 미처 도망 치지 못해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동물자유연대가 다시 찾아간 교회에는 백순이와 진돌이, 검돌이가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활동가들을 맞이해주었습니다.



백순이, 진돌이, 검돌이 Before & After

거센 짖음으로 사람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렸던 백순이, 진돌이, 검돌이는 여전히 우렁찬 목소리로 사람들을 반겨주었습니다. 큰 화상을 입어 힘겨워했던 진돌이는 등에 새 살이 나고, 그 위로 털이 소복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백순이와 진돌이, 검돌이 모두 작년 화재 당시 동물자유연대가 지원한 견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답니다. 등에 돋아난 새 살처럼, 진돌이와 친구들이 고통스러운 지난 기억은 잊고 앞으로 행복한 날들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4차 견사 지원 Before & After

길을 따라 가던 중 4차 방문 시 동물자유연대가 지원한 견사를 발견,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다가갔는데요. 깨끗했던 새 견사는 세월의 때가 묻은 모습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개들은 여전히 견사를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겁이 워낙 많아 견사를 설치해주자 마자 견사 안으로 쏙 들어가 얼굴만 빼꼼 내밀던 모습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았는데,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똑같은 모습이 활동가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습니다. 불타버린 집터에서 불안과 우울 상태에 빠졌던 금비는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였습니다. 작년 화마가 집을 집어삼킨 다급했던 순간, 견사에 갇혀있던 반려견들이 제발 대피할 수 있길 바라며 간신히 열어둔 견사 문을 통해 안에 있던 진도견 금비, 은비는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화재가 어느 정도 진화된 후, 불타버린 집터와 가재 정리를 위하여 현장을 다시 찾은 보호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망 간 금비와 은비가 온 몸에 재를 뒤집어 쓴 채 다시 견사 안으로 돌아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비의 상태가 이상했습니다. 구석에 주저앉아있던 금비는 완전히 넋이 나간 듯 했는데요. 식음을 전폐한 채 견사에서 한 발자국도 나서지 못하는 금비를 위해 보호자께서 절박한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당시 동물자유연대 위탁처로 이동한 금비는 신경 안정을 위한 약물 치료와 동시에 키트 검사에서 발견된 심장사상충 치료를 병행했는데요. 치료 후 보호자의 요청으로 금비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금비 Before & After

다시 만난 보호자님은 금비가 약물 치료를 한 직후는 상태가 괜찮았지만, 약을 다 복용한 후에는 다시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안타까워하셨는데요. 아직 끔찍한 화재의 기억이 남아있는 집 터를 지키고 있는 금비와 마찬가지로, 화재 그 후 남은 주민 그리고 수많은 동물들을 위하여 피해의 복구가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고성에 진정한 '봄'이 찾아오길 다시 한 번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고성 산불 1년, 재난 피해 반복 않도록 대책 마련 필요

여전히 화재 후유증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을 주민과 화마의 상흔이 남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많은 동물, 그들은 아직 그곳에 있습니다. 고성에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어느덧 1년이 흘렀지만, 반려동물을 포함한 재난 대응 대책은 여전히 전무합니다. 재난 시 반려동물 동반 가능 대피소가 존재하는 일본, 미국 그리고 피난용 교통수단 및 대피소에 반려동물과 동반 피난이 가능한 호주와 달리 한국은 대피소에 반려동물 동반이 불가할 뿐더러 반려동물을 집에 두고 왔을 시에 대한 대처 요령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성 산불 1년, 무엇이 달라져야 같은 피해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동물자유연대는 재난 시 동물구호 대책을 점검하고 정부에 반려동물 동반 대피소 마련 등 반려동물을 포함한 재난 대응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다음 게시물에서는 외국의 재난 대응 대책에 대한 소개와 동물자유연대가 정부에 요구하는 재난 시 반려동물 안전 대책을 설명합니다. 재해재난을 대비한 반려동물의 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목소리를 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