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이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산불의 기세는 점점 더 거세져 이미 서울의 100배에 달하는 면적을 불태웠으며 호주 산불의 연기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칠레에까지 닿았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어마어마한 재산상의 피해 뿐만 아니라 최소 24명의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산에 살던 수많은 동물들도 화마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약 5억 마리의 동물이 죽었고 산불로 인해 코알라의
멸종이 우려된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캥거루, 코알라 등
산속에 사는 동물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번지는 불길을 피해 사람들과 함께 대피하고 있습니다. 언론과 SNS에는 필사적으로 살길을 찾아 뛰어 다니는 동물의 모습이나
이들을 구조하는 사람들의 모습, 불에 타 죽은 동물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올라와 전 세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사진1] 산불을 피한 왈라비가 화상 입은 발바닥을 핥고 있다/Wolter Peeters Fairfax Media 게티이미지
작년 4월
고성 산불, 재난 대피에 동물은 없어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지난 해 4월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을 기억나게 합니다. 당시 고성과 속초에서
발생한 산불로 목숨을 잃은 동물이 약 4만 2천여 마리에
달했습니다. 이 중 반려동물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대부분
갑작스럽게 번진 산불로 주민들이 미처 함께 대피하지 못해 목줄에 매인 채 그대로 목숨을 잃은 경우였습니다. 또한
심각한 화상을 입을 동물도 있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화재 피해 동물에 대한 긴급지원을 결정하여 치료
및 견사를 지원했습니다. 또한 현장으로 달려가 화상을 입은 채 주인을 잃고 헤매던 개 2마리와 화재 피해를 입은 개 농장에서 7마리의 개들을 구조하기도 했습니다. 화상 치료 중 생을 마감한 인흥이를 제외하고, 당시 구조한 하겐이를
포함한 구조견들은 현재 동물자유연대의 보호 하 건강을 되찾고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동물들의 목숨을 앗아간 고성 산불 현장, 피해주민들은 두고 온 반려동물 혹은 함께 대피한 반려동물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반려동물은 대피소 안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고성의
한 대피소에서는 대형견의 경우 대피소 밖에 묶어 두거나, 먼 곳에 사는 지인에 보내거나 심지어 야산에
목줄을 매어 고양이를 묶어둔 주민도 있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재난, 반려동물은 어디로 가야할까요?
[사진2] 고성 산불 피해 개농장에서 구조한 하겐이
해외 국가, 재난 시 반려동물 안전 위한 대책 있어
해외 주요 국가의 경우, 재난 발생 대피 매뉴얼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의 대피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표1] 각 나라 별 반려동물 재난 대피 매뉴얼
호주의 경우, 주마다
반려동물을 위한 대피 매뉴얼이 존재하고 그 내용 또한 구체적입니다. 예를 들어, 대피 시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인형, 보호자의 이름과 번호가 적힌
목줄, 담당 수의사의 연락처 등을 챙겨야 하며 반려동물이 화상을 입었을 때의 대처 요령이나 화재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법 등 화재 진행 상황 별로 대처법을 안내합니다. 또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대피소를 찾기에도 수월합니다. 혹여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해 집에 반려동물을 두고 왔을 경우에는
반려동물의 종류와 수, 보호자의 연락처 등을 현관이나 우편함에 붙여 동물보호단체들이 해당 동물을 구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진 3] 반려견과 함께 대피한 사람들/Kristine Daniels 페이스북
지진과 쓰나미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반려동물 재난 관리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었습니다. 반려동물을 집에 두고 나올 수밖에 없는 위급한 상황이라면 반려동물을 절대 묶어 두지 말고 몇일 동안 먹을 수
있는 물과 식량을 비치할 것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미리 재난을 대비해 평소 이동장 훈련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대피소에 동반하는 것은 각 보호소의 재량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나, 반려동물 동반을 허용하는 대피소가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 4] 반려견과 함께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토루 야마나카 게티 이미지
미국의 경우,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60만 마리의 동물이 목숨을 잃자 '반려동물 대피 및 구조 표준 행동'을 마련했습니다. 재난 발생 시 동물을 구조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피난할 때의 주의점도 담겨있습니다. 이후에도 반려동물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이 발생하자 플로리다 주에서는 '인공재해 및 자연재해 발생 시 개를 묶은
채’ 외부에 두는 행위를 1급 경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을 제정하는
등 재난 발생 시 동물의 안전을 생각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정부, 가족 재난계획에 포함 권고하지만 반려동물은 대피소 입장 불가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고성 산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 재난 대응 및 대피에 동물은 없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서둘러 대피했다가
두고 온 반려견을 찾아 다시 돌아간 주민도 있는가 하면, 위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신속하고 다치지 않게
반려동물과 대피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며 자책하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또 오늘날의 재난 대피소는 오로지
사람만을 위한 공간으로,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머물 수 없습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소를 찾아도 발길을 돌리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행정안전부의 ‘애완동물 대처방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족 재난계획에 반려동물을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안으로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비상시 자신과 동물이 그 집에 머물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는 등 당사자가 직접 찾아보기를 권장할 뿐입니다.
재난 위협은 사람, 동물 가리지 않아..반려동물
위한 재난 대응 대책 마련해야
인적재난과 자연재난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오늘 날, 반려동물을 포함한 재난 대응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재난
대응 대책에는 재난 발생 전-발생 시-발생 후 단계에 따라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해 반려인이 취해야 하는 조치들이 담길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반려동물 동반
대피소 설치, 반려동물 용 구호물품 지급, 반려동물 재난피해
지원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재난 상황에 남겨진 동물을 위한 구조를 위해 동물보호단체 및 수의사회와
같은 민간영역과의 협력도 요구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호주 산불로 죽어간 모든 동물에게 애도를 표하며, 동물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의 재난 대응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