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마트 동물 코너에서 햄스터와 토끼, 기니피그 같은 소동물들을 귀엽게 바라보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동물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마트에 진열된 소동물 코너]
버려지는 동물들
2011년 서초 몽마르뜨 공원에 한 쌍의 토끼가 유기된 뒤, 2018년에는 80여 마리까지 개체수가 늘어났습니다. 대림의 한 가정집에는 100여 마리의 햄스터가 버려진 채 발견되었고, 지난 주 일요일에는 21마리의 기니피그가 한 파출소 앞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집단 유기와 방치, 학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소동물들은 우리가 어린 시절 귀엽게만 바라보던 것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구조 된 몽마르뜨 공원의 토끼들]
햄스터는 3천원, 기니피그는 1만원, 토끼는 2만원.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분양되는 소동물의 분양 가격입니다. 저렴하고 작기 때문에 키우기 쉬울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부모님들은 마치 장난감을 사주듯 아이들에게 소동물을 사줍니다. 하지만 아무런 지식 없이 입양한 소동물들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마트에 햄스터와 기니피그가 합사된 채 방치되어 있다]
소동물은 정말 작기만 한 동물일까?
햄스터는 크기가 작지만 하루에 2km 이상을 돌아다니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햄스터가 작은 집에서만 살아갈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가로, 세로 30cm도 안 되는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합사도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소동물은 대부분 번식력이 높아서 한 쌍의 암수가 몇 개월 내에 수십 마리로 늘어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동물이 외로울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암수를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늘어난 개체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집단 유기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다른 개체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우리 집 햄스터가 다른 햄스터를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데, 자연에서 혼자서만 생활하는 햄스터를 열악한 환경에 합사해두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지만, 기억 속에는 ‘햄스터는 잔인하다’는 기억으로만 남게 됩니다.
[전라남도 고창에 집단으로 유기된 햄스터들의 모습]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한 소동물은 결국 버려지게 됩니다. 때로는 케이지 채로, 때로는 상자 안에 담겨, 때로는 그냥 풀어져 버리기도 하는 소동물들은 길거리에서 죽거나,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어가 고통사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잘 키워달라는 문구와 함께 비좁고 지저분한 케이지에 버려진 소동물을 보고 있으면, 과연 원래 집에서는 잘 키워지고 있던 것일지 의문이 남고는 합니다.
[안산 집단 유기 기니피그가 구조 후 진료를 받고 있는 모습]
생명의 무게는 모두 같다
어제 동물자유연대는 집단으로 유기된 기니피그 21마리 중 7마리를 구조했습니다. 대부분 생후 3주 정도의 어린 기니피그들이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구조되지 않았다면 추위와 두려움에 떨다가 죽어야만 했던 기니피그들은, 다행히 구조되어 안전히 돌봄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고통과 절망은 결국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동물을 입양하고 장난감처럼 키우다 버렸기 때문입니다. 작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쉽게 입양되고 쉽게 버려지는 소동물들은 쥐띠의 해에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명의 무게는 모두 같습니다. 이번 년도에는 모든 생명이 존중 받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안산 집단 유기 기니피그가 구조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