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앙상한 모습으로 ‘갈비 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수사자 ‘바람이’는 경남 김해에 위치한 부경동물원의 실내 사육장에서 7년간 살았습니다. 2023년 7월, 마침내 바람이가 좁고 어두운 사육장을 벗어나 청주동물원에서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과정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바람이가 갇혀 살았던 사육장에 바람이의 딸인 암사자가 들어가 살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람이가 떠난 뒤에도 고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동물들에게 지옥과도 같았던 부경동물원이 2023년 영업을 중단하고 동물원 등록까지 취소되었지만, 그곳에는 아직도 동물들이 남아 있습니다.
어제(3/27)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부경동물원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취재 당시 동물자유연대도 함께 현장에 방문해 동물들이 처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곳곳에 거미줄이나 잡초 등이 뒤엉킨 시설은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폐가나 다름없어 보이는 시설 곳곳에서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혼자 갇힌 타조는 울타리를 연신 쪼아댔고, 먹이주기 체험에 이용되던 라쿤들은 유리장 너머 사람들의 움직임을 졸졸 쫓으며 먹이를 구걸하듯 손을 내밀었습니다.
어둡고 냄새나는 실내로 들어서자 과거 바람이가 7년간 살던 전시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람이 다음으로 그곳에서 살게된 암사자가 몇발짝 되지 않는 비좁은 사육장을 연신 왔다갔다했습니다. 그 맞은편에는 ‘흑표범’이라는 표지판이 붙은 텅 빈 사육장이 보였습니다. 그곳에 살던 흑표범은 올해 1월 사망했습니다. 흑표범 외에도 같은 달 죽은 동물이 또 있습니다. 흑표범과 몇 발짝 떨어진 전시실에서 지내던 백호입니다. 원래 백호 두 마리가 함께 살던 사육장에는 한 마리가 남아 고통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2013년 부경동물원이 처음 문을 열었던 때부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많은 동물들을 먹이주기 체험 등에 동원하고,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를 비좁은 실내에 전시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태를 계속 지적해왔으나,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곳의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2013년에 부경동물원이 개원한 이후 2017년 동물원법이 제정됐고, 작년 12월부터는 강화된 개정안이 시행되었지만 부경동물원의 동물들은 구할 방도가 없습니다. 부경동물원은 현재 동물원 등록이 취소되어 동물원법을 적용할 수도 없고, 동물을 사유재산으로 여기는 법체계에서는 대표가 동물들의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구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동물이 고통스러운 환경에 놓여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와 지자체, 동료 단체와의 소통을 이어가며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연민과 시선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해결까지 향하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동물원에 남은 동물들과 동물자유연대 활동에 꾸준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