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 논의를 환영한다
법무부가 9일 동물을 일반 물건과 구분하는 동물의 비물건화 및 압류금지 등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에 대한 논의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동물은 우리법체계 안에서 철저히 ‘재산’내지 ‘물건’과 다를바 없이 취급되어 왔다. 2017년 9월 소위 ‘인천 개 전기도살 사건’의 항소심이 그러했다. 당시 항소심 판사는 “한국의 동물호보법은 소유자가 동물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며 동물보호법을 전기도살 행위의 무죄 근거로 삼았다. ‘동물의 생명보호’를 위해 제정된 동물보호법에 의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모순적 상황에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은 “차라리 동물보호법을 폐기하라”며 절규했다. 이는 내 소유의 동물이라면 원칙적으로는 생명을 빼앗는 행위도 막지 못하는 동물을 재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바라보는, 생명감수성이 결여된 우리 법체계의 현실이었다.
가혹한 법체계 속에서 물건에 불과한 동물을 아무리 잔혹하게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할지라도 처벌은 재물손괴에도 미치지 못했다. 설사 운 좋게 살아남은 동물들은 소유권의 올가미에 얽매여 있는 이상 다시 학대자의 손에 되돌아가는 참담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뿐인가? 관행축산에 이용되는 동물들은 생태적 습성을 박탈 당한채 철저히 공장의 부속품처럼 살아가고 있으며, ‘생산성’과 ‘이윤극대화’를 위해 멀쩡한 동물들을 죽이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반면 유럽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동물도 인간과 같은 생명체라는 당연한 사실이 부정당하는 모순적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관련법을 정비해왔다. 오스트리아는 국내에 동물보호법이 생기기도 전인 1988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들에 의해 보호된다. 물건에 관한 규정들은 유사한 규정들이 존재하지 않는 때에 한하여 동물에 적용된다”고 민법을 개정했다. 독일 역시 1990년 민법 제90조를 개정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들에 의해 보호된다”고 천명했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동물의 비물건화는 ‘동물은 물건’이라는 그릇된 명제인 구태로부터 탈피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물론 동물을 물건과 구분하는 법개정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당장 동물학대가 줄거나 동물을 학대하고 그릇되게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동물의 비물건화는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동물법 체계정비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가령 헌법상 국가의 동물보호 의무를 명시하는 개헌 추진의 근거가 될 수 있으며, 국회에서 발의만 된채 표류하다 폐기되곤 했던 ‘학대자의 소유권 제한’에 관한 입법논의에도 불을 붙일 수 있다. 또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에 의한 격리 및 보호조치도 보다 용이해지고, 재산 압류과정에서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과 생이별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막는 데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의 계획대로라면 ‘동물의 법적지위 개선’은 향후 구체적인 법안을 구성해 개방형 민간위원단의 검토 및 수정을 거쳐 확정된 법안은 입법절차를 밟게 된다. 우리 동물자유연대는 법무부의 계획을 적극 지지하며, 개선안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실제 법안으로 만들어져 통과되기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밝힌다.
2021. 3. 10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