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정부의 수평아리 학살 금지 동물복지법 개정, 우리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지난 1월 20일, 독일 정부는 수평아리 도태 관습을 금지하는 동물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연방의회의 승인과 연방참의원의 동의를 얻는다면 독일은 명실상부한 공장식 축산에서의 수평아리의 도살을 금지한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독일의 이번 조처에 깊은 환영의 뜻을 보내며, 한국 정부에 진일보한 농장동물 복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바이다.
수평아리 도태는 전 세계 양계업계에서 오랜 기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어 온 대량학살에 다름 없다. 달걀을 낳지 못하고, 육계로도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산 채로 분쇄기에 갈리거나 질식사 당한다. 독일에서는 매해 4,500만 마리의 수평아리가 도살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정확한 통계가 부재하나 인공 부화장에서 태어나는 산란계 병아리의 40% 이상이 살처분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수평아리 도태는 그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다는 핑계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독일의 행보는 달랐다.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2019년 수평아리 도태로 인한 동물복지의 저해가 경제적 이익을 넘어선다고 판결하며, 배아 상태의 병아리의 성별을 감별하기 위한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만 그 관행을 허용하였다. 이어 독일 농식품부는 부화 전 성별 감별 기술 개발을 위해 8백만 유로를 정책적으로 지원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수정란에서 뽑아낸 유기물의 호르몬 검사로 성별을 감별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독일 전역 농가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개정안과 기술 개발에 따라 독일에서는 2021년 12월 31일부터 수평아리의 도살이 금지된다. 나아가 2024년 1월 1일 부터는 그 감별 시기를 앞당겨 산란 6일 이후부터 배아 상태의 부화 중단을 금지한다. 미부화 상태의 배아의 고통까지 고려한 조치이다. 독일 뿐 아니라 유럽 각국은 수평아리 도살 관행을 종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도 2021년 말까지 수평아리 도태 관행을 종식하겠다고 밝혔으며, 스위스는 2020년 가스도살은 허용하나, 살아있는 병아리의 파쇄를 금지하였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과거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 하고 있다. 갓 태어난 생명들의 죽음을 막기 위한 노력은 커녕 농축산업 기관을 중심으로 ‘가격’유지를 위한 도태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그 방법 또한 수평아리들을 산 채로 분쇄기나 발효기에 넣고 갈거나 마대자루, 쓰레기봉투에 버려 압사시키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정면으로 저촉되는 학대행위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농장동물의 복지문제를 더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축산업계에서 ‘상품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묵인되는 대량살상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 정부의 선례를 통해 경제 논리 일변도에서 벗어나 이윤보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
2021년 1월 22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