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화) 동물자유연대는 국회 동물복지포럼과 함께 살처분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해 보는 “가축전염병, 살처분이 해법인가? - 살처분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오늘은 과학의 눈으로 본 살처분 정책과 인도적 살처분에 관한 두 발제에서 논의된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론 중인 살처분 토론회의 모습]
살처분 정책의 문제점, 그 근본 원인은 공장식 축산에 있어
살처분 정책의 문제점을 주제로 진행된 발제에서는, 생명을 위한 수의사 포럼의 대표인 박종무 원장님이 “살처분의 과학적 근거와 한계점”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진행해주셨습니다.
살처분 정책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이전, 생명의 심층적인 이해를 중심으로 시작된 발제는 바이러스와 동물간의 관계를 돌아보았습니다. 바이러스는 질병과 죽음을 연상시키지만, 사실 우리는 바이러스에 적응해가며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새들은 AI 바이러스를 항상 보유하고 있지만 철새들이 바이러스에 적응하고 면역력을 높여 전멸하지 않습니다.
[발언 중인 박종무 원장님]
하지만 지금의 공장식 축산의 농장동물은 바이러스에 적응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획일적으로 개량된 유전자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좁고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은 동물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제역, AI와 같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공장식 축산 환경 속 동물은 질병을 견뎌내기 어려우며, 결국 살처분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유전자의 다양성이 보장되고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지 못한다면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이란 악순환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입니다.
또한 가축전염병에 대한 맹목적인 공포심도 대규모 살처분의 한 원인이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하면 인근 3km 이내의 모든 가축을 매몰하고 있지만, 사실상 구제역으로 인한 폐사율은 일반적인 폐사율보다 낮습니다. 박종무 원장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라는 가축전염병에 대한 과한 공포심 때문에 엄청난 양의 돼지들이 살처분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공장식 축산 돼지와 구제역 돼지의 폐사율 비교(성돈기준)/ 출처:농림축산식품부]
예방적 살처분 93%, 무고한 생명의 비인도적인 죽음 막아야
두 번째 발제는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님이 “인도적 살처분과 한국 살처분의 현실”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해주셨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살처분의 규모를 볼 때, 지난 9월 발생이래 현재까지 38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었고, 이 중 35만 마리가 질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방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처분되어야 했습니다. 이는 전체 살처분 중 무려 93%나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가축전염병은 질병의 종류에 따라, 축종에 따라 그 원인과 전염경로가 다르지만 현 살처분 정책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동일한 범위안의 가축을 살처분합니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과하다 싶을 정도의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여 기존 500m 이내의 규정을 아무런 근거 없이 10km까지 확대 적용하여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출입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농가의 모습]
물론 감염된 개체 및 예방을 위한 살처분이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으나, 이런 경우에도 반드시 동물에게 고통이 최소화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살처분은 의식소실 전 돼지를 생매장하는 등 비인도적인 살처분이 이루어졌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보다 질소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농림축산식품부는 비용의 문제를 들어 질소 사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습니다. 또한 동물자유연대는 살처분 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살처분에 참여한 인력이 아무런 통제도 없이 외부를 드나들며 농가 출입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더하여 살처분은 진행한 사람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등 인간의 복지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산채로 살처분 되고 있는 돼지들의 모습 / 출처 : news 1]
동물자유연대는 비과학적이며 기계적,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살처분의 현실을 지적하고 살처분의 범위에 대한 과학적인 기준과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매번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살처분 문제로부터 불거지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단체의 입회와 참관 보장 예방적 살처분의 범위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설정하고 살처분 과정에서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며 살처분 시 동물보호단체의 입회와 참관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언하였습니다.
현재의 살처분 정책은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이롭지 않습니다. 이번 살처분 토론회를 통해서 돌아본 문제점들을 토대로 향후 정부의 가축전염병 대응 방안이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더 이로운 정책으로 마련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