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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동물] 살처분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토론회 후기 2 –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 살처분 정책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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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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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정책 토론회의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과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살처분과 인도적 살처분에 관한 발제 후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살처분 정책을 법적, 환경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하고 해외 살처분 정책과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키지 않아도 되는 살처분 긴급행동지침 - 살처분의 법적, 제도적 문제점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의 발언으로 시작된 토론회는 먼저 살처분의 법적, 제도적 문제점들을 짚어보았습니다. 

구제역, AI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또한 정부의 대응 지침인 긴급행동지침(SOP)이 있습니다. 이 긴급행동지침은 정부 각 부처의 역할과 함께 방역과 살처분의 세부 규정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대응은 행동지침을 준수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지침상 예방적 살처분의 범위는 500m 임에도 정부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10km 이상으로 확대하고 일부 지역의 경우는 범위와 상관없이 지역 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규정상에 ‘전염병이 퍼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축을 살처분 할 수 있다’는 모호한 문구와 ‘비감염 가축에 대하여도 행정청의 재량에 따른 살처분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지침과 규정을 위반해도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에 명시된 예방적 살처분 범위]

법률지원센터 소속 변호사는 이러한 지침을 넘어서는 범위의 살처분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불필요하게 희생되었음을 지적하며, 현행법상 예방적 살처분에 관련된 법령을 엄격하고 명확하게 하고, 과학적인 살처분 범위를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비인도적인 살처분도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고통을 최소화하고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살처분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돼지열병 발생 시 돼지들이 의식이 있는 상태로 생매장 되는 장면이 목격되었습니다. 인도적 살처분에 대한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던 이유는 속도전에 매몰돼 많은 수의 동물을 한꺼번에 살처분했기 때문이며 이 또한 지침을 준수하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도적인 살처분 지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중립적인 기관(동물보호단체)의 살처분 현장 참관을 제도화하여 인도적 살처분의 이행을 모니터링하고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환경과 사람도 해치는 살처분 - 살처분의 환경적 문제점

파주환경운동연합의 노현기 의장의 두 번째 토론에서는 살처분이 환경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돌아보았습니다. 공장식 축산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시작된 발언에서는 너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동물들이 사육되면서 처리할 수 없을 정도의 축산분뇨가 발생하였고, 농가 주변의 하천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당시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의 분뇨가 무단으로 하천에 방류되었으나, 정부에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밝혀져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발언하는 파주환경운동연합 노현기 의장]

노현기 의장은 살처분에만 급급한 정부 정책으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도 부각했습니다. 단기간에 19만 마리 살처분을 끝내라는 당국의 지시를 무리하게 이행하다가 미처 묻지 못한 수천마리의 돼지 사체에서 나온 핏물이 임진강을 피로 물들인 사건을 예로 들며, 생명도 죽이고 환경도 죽이는 현 정부의 살처분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방역을 위해 무분별하게 뿌려진 화학약품도 해당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연구되지 않은 채 대량으로 살포되었으며, 매몰된 돼지 사체들에게서 나오는 침전물과 가스에 대한 사후 관리 대책도 전혀 없는 상황임을 지적했습니다. 환경의 파괴는 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며, 지금이라도 살처분 정책이 인간과 환경에게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함을 강조했습니다. 

죽어가는 동물을 봐야만 하는 사람들 - 살처분의 심리학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양재원 교수는 살처분이 인간에게 미치는 심리학적 관점을 되짚어보았습니다. 2017년 ‘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에서는 살처분에 참여자의 76%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였고, 23%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로, 살처분이 사람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무척 큽니다. 문제는 누가 살처분에 참여 했었는지 정보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발언하는 가톨릭대 심리학과 양재원 교수]

살처분의 심리적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살처분 과정에서 죽어가는 동물을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는 컨테이너 안에서 가스를 사용하여 동물의 의식을 잃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안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을 사용할 시 동물도 의식을 잃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며, 인간도 동물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더하여 살처분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심리 상담 지원을 정부 차원에서 진행함으로써 극심한 우울증이나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더불어 뉴스를 통해서 온 국민이 돼지의 울음소리가 가득한 비인도적인 살처분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매년 구제역과 AI의 살처분에 더해 돼지열병의 살처분까지 온 국민이 겪었을 트라우마 또한 생각하여, 살처분은 최소한의 규모로 인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살처분 정책만이 전부일까? – 해외의 사례로 살펴본 정부의 살처분 정책 

우리나라는 과거 영국의 살처분 정책을 도입하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재 선진국에서는 살처분 정책을 가축전염병에 대한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지 않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염병에 걸리고 나서야 뒤늦게 대응하는 방식이 아닌, 전염병이 걸리는 경로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발전시켰습니다. 네덜란드의 모든 농가는 전담 수의사를 두고 월 4회 주기적인 검사를 받아야만 합니다. 검진 과정에서 병에 걸린 동물은 격리 과정을 거치고, 남은 동물들에게는 백신을 주사하여 확산을 막아냅니다.

[발언하는 한수양동연구소 정현규 박사]

홍콩에서는 자국의 모든 조류에게 백신을 투여합니다. 백신 비용이 적지 않지만, 전염병으로 인한 살처분이 더욱 큰 비용을 야기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가집니다. 홍콩은 2002년도에 백신 정책을 도입한 이후로 현재까지 단 한 농가에서만 AI가 발생했습니다.

‘살처분’은 가축전염병을 해결하는 유일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살처분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가축전염병 발생의 근본원인인 공장식 축산을 축소하고 원칙과 기준에 입각한 인도적 살처분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과 인간의 심리적 고통까지 이르기까지 살처분으로 인한 문제들을 다각도에서 진단하고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매년 겨울이면 발생하는 AI와 잠시 소강상태이나 언제 또 확산될 지 모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동물자유연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동물 살처분이 불필요한 고통과 살생을 야기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