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는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 신규 예능 <동물은 훌륭하다> 방송 중 동물학대자를 미화하는 내용이 담겨있음을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항의 및 정정 방송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8월 동물자유연대는 KBS에서 동물을 주제로 하는 신규 예능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자료 협조 요청을 받고, 방송 취지를 전달받았습니다. 해당 방송은 전문가와 함께 동물 관련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동물 식용, 신종펫숍, 재난 피해 동물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방송을 통해 동물권 향상을 위한 여론을 모으고 사회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육곰, 동물학대 등 단체에서 대응한 여러 사안에 대해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방송 2회 만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올바른 반려문화를 형성하겠다던 방송에서 되려 동물학대자를 옹호하고 미화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11월 23일 방영된 <동물은 훌륭하다> 2회는 집 잃은 반려견이 건강원에서 도살당한 사건을 주제로 한 방송에서 오직 가해자의 입장에서만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이로 인해 해당 방송에는 피해자의 목소리 대신 가해자의 변명과 포장만 담기게 되었습니다.
방송에서 다룬 학대 사건은 2017년 집을 잃은 반려견 ‘오선이’가 납치되어 탕제원에 팔려간 뒤 식용으로 도살당하면서 전국에 공분을 일으켰던 사건입니다. 당시 오선이는 빨간 목줄을 하고 있어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보호소로 들어가는 대신 탕제원에서 억울한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번에 방송에 등장한 자가 바로 그 탕제원을 운영하며 오선이를 도살한 업소 주인입니다. 게다가 그가 운영하던 업소는 당시 오선이를 살해하기 한 달 전 쯤에도 뜬장을 탈출한 개를 올무로 끌고 다니고 목을 조르다 도살해 적발되는 등 동물학대의 온상으로 악명높던 곳입니다.
<동물은 훌륭하다> 제작진은 명백한 동물학대 사건을 다루면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조명하는 대신 오히려 도살업자의 입장만을 대변했습니다. 현재 애견목욕샵을 운영한다는 업자와 그의 딸이 등장해 ‘주인이 있는 개인지 몰랐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보답하고싶다’는 등의 말을 하는 장면을 그대로 송출했고,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본 출연자들은 ‘마음의 짐을 갚아나가는 것 같다’는 등 도살업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사건 발생 7년이 지나도록 오선이의 비통한 죽음을 잊지 못한 반려인은 이 방송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방송에 나와 ‘지난 35년의 시간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려인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했던 도살업자는 정작 오선이 반려인에게는 단 한번도 진심어린 사과를 건넨 적 없습니다.
방송에서 약자를 다룰 때에는 그들의 목소리를 올바로 담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특히 우리와 음성 언어로 소통하기 어려운 동물이 대상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동물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올바른 기준을 마련해야합니다. KBS <동물은 훌륭하다>가 재미를 위해 동물을 방송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꾀한다면 이번 사건을 단순히 영상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한 동물학대 사건임에도 가해자의 편에서 그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로서 조속한 사과와 정정 방송을 요구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11월 25일 제작진에 공문을 통해 항의하고, 정정 방송과 재발 방지를 위한 계획을 요청했으며,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것입니다. 올바른 후속 조치를 통해 피해자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도록 시민 분들께서도 방송 측에 함께 요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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