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펌] 길가의 저 개들, 누구를 기다리나

사랑방

[펌] 길가의 저 개들, 누구를 기다리나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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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2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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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저 개들, 누구를 기다리나
볼리비아 산간도로의 견공들
09.09.29 08:58 ㅣ최종 업데이트 09.09.29 08:58 박종호 (railart)

  
볼리비아 산간도로의 견공들
ⓒ 박우물
볼리비아

  
볼리비아 산간도로 견공
ⓒ 박종호
볼리비아 견공

 

"Pozo Park(박우물), 당신은 한국사람이니까 개고기 좋아하지?"

"노, 난 개고기 싫어해. 나 군대 있을 때 독일산 세퍼드 끄는 군견병이었어. 어떤 사람들은 먹지만 난 아냐."

 

중국인들이 더 선호하는 개고기가 어찌 한국인들 문화로 보였는지 모르지만 종종 이런 곤욕스러운 질문을 받는다. 물론 군견병 출신이기 때문에 개고기를 안 먹는다는 것은 핑계고 술 담배가 안 맞고 보양식이라 명명된 음식들에 딱히 관심이 안 갔다는 게 적합한 표현일 게다.

 

견공들 관련해서 나 또한 산티아고 산 크리스토발 야산에서 견공과의 동행을 그렸고 자전거 여행자들과 한시적인 동행을 하는 모습도 언뜻 언급한 것 같다. 물론 사실이 그러하다 보니 다 아름다운 묘사는 아니다. 구르는 바퀴만 보면 도로변 인가가 형성된 곳에서 집단으로 모터 사이클을 향해, 혹은 자동차를 향해 달려드는 난폭성을 수차 목격했다. 쓸데없이 이방인을 살펴보다 예고도 없이 물어보는 녀석도 있었고. 개도 인간사를 닮아가는지 모르지만 녀석들 행태도 다양하다.

 

일전에 후배가 이스라엘에서 공부를 하는데 신호등 앞에서 대기하였다가 사람들과 같이 길을 건네는 게 일상화된 견공들 행태를 보면서 개가 개같지 않아서 다소 징그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설핏 떠오른다,

 

자전거 여행자들과 동행한 견공 이야기는 자칫 논쟁까지 불어 일으켰던 사안으로 들었다.

요지는 왜 그리 같이 동행을 한 견공을 어느 지점에서 떼어놓으냐는 것인데 사실을 취합해보면 그 구간이 아무리 멀어도 그들만의 구역이 있고 여행자와 동행을 하면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고 살아가는 생존법을 사람의 눈으로 재단해서 불쌍한 짐승을 왜 내치느냐는 논리였던 거 같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동정어린 견해기도 하다. 물론 내가 자전거 여행자는 아니었지만 혼자만의 외로운 여행길에 동행이 된 견공이 본의아니게 논쟁거리로 올라오는 것을 온라인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올 1월, 볼리비아를 못 들어가고 칠레국경으로 돌아갈 때 정적감마저 흐르는 해발 4-5000미터 도로를 따라 달릴 때 일정한 간격으로 앉아 있는 페루 견공들을 보았을 때 그런 이야기들이 내심 사실이겠구나 싶었다.

 

인가와 인적도 없고 자동차마저 드물어 을씨년스런 그런 도로에 어김없이 견공들이 자리를 잡고 하루 이틀 있어본 모양새가 아닌 기다림이 일상화된 순하디 순한 눈망울로 잊을만 하면 어김없이 시야에 들어왔다.

  
볼리비아 도로
ⓒ 박우물
볼리비아 산간도로

  
볼리비아 산악도로
ⓒ 박우물
볼리비아 산간도로

 

5번째 방문한 볼리비아. 코차밤바(Cochabamba) 지인의 집에서 단 휴식을 취하고 본인은 두번째이지만 일행인 여행자분과 함께 산간도로를 따라 소금호수 여행 기점이 되는 오루로(Oruro)라는 지역으로 이동할 때 지금껏 봐오던 여느 지역보다 많은 견공들이 길가에 2-3마리, 거개는 홀로이 앉아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개들의 막연한 습성일 수도 있다. 그나마 페루의 그 고즈넉한 산악지대에 비해 차량 이동량도 많고 인가도 듬성듬성 보이는 지역에서 자기들 간의 구역을 구별해 주려는 본능적인 영역표시의 한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비스므레'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그들을 보면 막연히 논리의 잣대로 분석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5일장을 간 주인을 기다리다 희미한 어둠결 동구밖에 출몰하는 인적만 보고도 이름마저도 똥개로 치부되는 잡견일지언정 반가라하며 내달음질 치던 어릴 적 당연시되던 모습과 묘하게 겹쳐대니 말이다.

 

수없이 목격하였다. 도시간 이동이 끝나는 구간까지 그 꼬불꼬불한 길 모퉁이, 혹은 일정한 구간이면 어김없이 한 마리 개가 오가는 차량을 무심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아니면 경적소리나 그 소음과는 상관없이 처연한 모습을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땅거미 짙게 깔려 시야가 가린 어둠속에서도 그 붙박이 기다림은 일관되이 머무르고 있었을 게다. 향방없이, 대상마저 잊어버린 자세로 너무도 막연스레 인이 박힌 길거리 견공들의 모습에 이역 여정길 객수에 젖은 나그네는 그 미물들의 말없는 몸짓에 가슴이 먼저 데워진다. 조건과 분석없이 기다려줄 가족이란 이름이 있었을 게고, 잴 수 없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대상이 누구에겐들 분명코 존재한 계절이 있었을텐데.

  
볼리비아 산간도로
ⓒ 박우물
볼리비아 산간도로

  
볼리비아 견공
ⓒ 박우물
볼리비아

 

볼리비아(Bolivia) 그 산간지대의 견공들은 여정에 몸을 맡긴 채 자연 볼거리를 찾아가던 이 동양인에게 사람을 통해서가 아닌, 웅대한 조물주의 작품이라 할 자연을 통해서가 아닌, 말 못하는 미물을 통해서도 유발될 향수와 위로가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아마도 또 다른 여행자가, 아니 내가 언제라도 다음 여정을 통해 그곳을 지날 때도 그네들의 한결같은 우직스러움은 신속히 지나는 차창 풍경을 통해서 느리게 또 길다란 여운으로 좇아올 것이다.

  
볼리비아 산악도로
ⓒ 박종호
볼리비아 견공

 박우물의 라틴에  http://cafe.daum.net/latine




댓글


쿠키 2009-09-29 20:59 | 삭제

특별히 요란스럽게 개식용을 반대하지 않아도 이런 글들이 조용히 퍼지며 많아지면 좋은 날이 오겠지요. 출처 링크 따라 가셔서 조용이 점수주시며 응원해주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개식용에 딴지 거는 사람은 무시해요. 자꾸 논쟁화시키면 좋은 마음으로 글쓴 사람이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어요.그냥 일반화시키는 것도 중요해보입니다.


민수홍 2009-09-30 00:06 | 삭제

사람이 가야할 길, 그렇게 우람하고 창대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