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2022년 정부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 중 해양수산부에서 추진 중이던 ‘돌고래 바다쉼터 타당성 조사 용역과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예산’ 2억원이 전액 삭감된 사실이 알려지며 돌고래 방류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바다쉼터는 오랜 기간 전시에 이용당하며 야생에서의 적응이 어려워진 돌고래나 일본 다이지와 같이 고래 포획으로 악명높은 지역에서 잡혀와 원서식지에 방사하기 어려운 돌고래들에게 자연에서의 삶을 되찾아주기 위한 방편으로 바다에 조성하는 생츄어리다. 너른 바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평생 비좁은 콘크리트 수조에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아온 고래에게 바다쉼터는 부족하나마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1월 발표한 ‘제 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에서 고래류 신규 사육∙전시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현재 수족관에서 전시 중인 돌고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다쉼터 조성에 의지를 보이며 울산과 제주를 후보지로 선정하고 바다쉼터 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 3일 기획재정부에서 해당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바다쉼터 조성은 출발부터 쉽지 않은 길을 걷게 되었다.
동물자유연대는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방류를 기점으로 약 10년 간 수족관에 감금된 고래의 해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쇼에 이용되던 돌고래 7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고 마침내 고래류 신규 사육 및 전시 금지까지 이루어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야생에 방류가 어려운 개체를 위한 바다쉼터 조성에 힘쓰고 있는 중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넘어 허탈함을 느낀다.
동물 복지 정책을 향한 기획재정부의 편협한 시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초 예산이 통과되어 설계 단계에 돌입한 사육곰 보호 시설 역시 여러 번의 좌절 끝에 가까스로 예산이 통과됐다. 이제라도 시설 건립을 시작한 것은 다행이지만, 40여 년 간 수 없이 많은 곰이 철창에 갇혀 죽음만을 기다리다 잔혹하게 죽임당한 사실을 생각하면 그 동안 기획재정부의 태도는 아쉽기만 하다.
이번 바다쉼터 예산 삭감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 외 다른 동물에 대한 생명 존중 의식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는 동안에도 국가 재정을 총괄하고 정책 수립 역할을 하는 기획재정부의 의식 수준은 별반 나아짐이 없다. 이미 2018년 조사에서 70% 이상의 국민이 수족관 돌고래 방류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획재정부의 인식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바다쉼터 예산 삭감은 수족관 돌고래 해방의 첫단계부터 발목을 잡은 동시에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은 결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조에 갇힌 고래들은 고통과 스트레스로 죽어가고 있다. 올해만 해도 전시와 쇼에 이용당하던 고래류 5마리가 수족관에서 목숨을 잃었다.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한 고래들이 잇따라 죽음을 맞이하면서 현재 국내 수족관에 남은 고래류는 22마리에 불과하다. 그들마저 비좁은 콘크리트 수조에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동물자유연대는 감금 돌고래 모두 감옥같은 수족관을 벗어나 바다쉼터에서 마음껏 헤엄치는 그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1년 12월 8일